[머니위크 커버]대한민국 시장1번지 청계천 재테크
과거 황학동은 가전제품 중고시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곳이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명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는 품목은 다름 아닌 그릇, 싱크대, 냉장고를 비롯한 주방 전문 기기들. 이 길과 이어진 중앙시장 골목에서는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대한민국에서 음식가게를 창업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의 틈 속에서 한손에는 수첩을 들고 이곳저곳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정모(43)씨 역시 한눈에 봐도 창업준비를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 중 한명. 아니나다를까 12월에 마포에 치킨집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정 씨는 “주방기기며 그릇 등의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나왔다”며 “가게 근처에도 이런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아무래도 황학동이 규모도 크고 모든 물건들이 밀집돼 있는 만큼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장조사 겸 나왔다”고 말한다.
롯데캐슬 베네치아의 화려한 건물을 끼고 뒤로 돌면 펼쳐지는 낯선 풍경. 거대한 냉장고며, 싱크대 등 주방기기 등 차가운 은빛의 물건들이 겹겹이 쌓여 거리를 점거하고 있다. 갖가지 골동품이며 만물상을 만날 수 있는 중간 거리를 지나 골목마다 이런 풍경이 즐비하다.
단돈 몇만원 하는 소형 중고냉장고에서부터 몇십만원짜리 특대형 냉장고까지, 품목 하나만 따져도 종류가 수십가지. 그러니 이 같은 주방기기들의 가격 기준 또한 쉽게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상인들에 따르면 단체주문을 할 경우 시가보다 대략 20% 정도 낮게 보는 게 보통이라고. 최근에는 폐업하는 가게가 늘어나면서 꽤 깨끗한 중고물품의 경우 시가의 1/3 가격에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을 둘러싸고 황학동 주택가로 들어서는 골목길 쪽에는 맞춤가구점들도 몇몇 눈에 띈다. 가구를 주문 제작해 주는 이곳에서는 창업자가 원하는 가구 디자인을 직접 그려주거나 설명하면 그에 맞춰 대량으로 맞춤가구를 생산해 준다. 이왕이면 곡선보다는 직선이 많은 디자인일수록 가격 또한 싸진다고 하니 참고하자.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길 초입에서는 뚝배기며 냄비 등을 취급하는 주방기기 전문 백화점이 즐비하다. 화려한 디자인의 접시에서부터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플한 디자인까지, 온갖 종류의 주방도구들이 모두 다 밀집해 있다. 간간이 ‘포장마자 맞춤’ 간판도 눈에 띈다. 추운 날씨에도 무거운 쇳덩어리를 재단하는 이들의 땀방울. 그 땀방울이 또 다른 이에게는 포장마차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 줄 터이다.
중앙시장에서는 각종 야채며, 육류의 부산물, 해물까지 안 파는 식재료가 없다. 이곳 역시 골목 안쪽 깊숙이 들어간 곳마다 곱창이며 순대 등을 대량 생산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돼지머리나 부위 등을 대량으로 손질해 걸어 놓거나 순대를 만드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경하다. 아마 오늘도 변함없이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팔리는 이 음식들이 맛있게 요리되어 식당마다 상차림에 올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