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R과 투자의 위험한 동거

[기자수첩] IR과 투자의 위험한 동거

김동하 기자
2010.02.17 09:14

"IR대행사가 이런 일도 하나요?"

코스닥기업의 IR(기업설명) 대행회사가 호재성 보도자료를 뿌린뒤 이 IR대행사의 관계사가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해 차익을 올렸다는 머니투데이 기사를 접한 모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가 식사 중 한 말이다.

홍보·IR대행사인 IR큐더스는 슈넬생명과학이 발기부전 치료제 신약후보 물질에 대해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홍보했고 주가는 급등했다. 이 시점에 관계사인 투자회사 큐더스파트너스는 갖고 있던슈넬생명과학(251원 0%)의 6.6%를 장내에서 팔았다.

대기업 구조본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코스닥 업계의 생리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적지 않게 놀라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코스닥 업계를 오래 취재해온 기자로서는 그리 '충격적'인 일로 다가오지도 않았다.

물론 해당 IR대행사에서는 억울한 일일 수 있다. 회사측의 말대로 투자회사와 IR대행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이고, 방화벽이 두터워 투자사와 정보를 교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윤리규정과 방화벽을 자랑한다는 월가의 투자은행들도 암암리에 내부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한 매매로 이익을 챙겨 왔다는 걸 우리는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확인해왔다.

뿌리가 같고, 조직원도 몇명 안되는 조그만 회사에서 홍보와 투자를 같이 했을때 어떤 위험성이 있을 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다.

자본시장이 발전하고, 상장기업 수도 크게 늘어나면서 '숨은 기업'은 낙오되는 시대가 됐다. 그만큼 IR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IR대행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계기업이나 무자본M&A 세력의 '홍보'를 맡아 언론사들에게 자극적인 보도자료를 뿌려대는 업체들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코스닥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IR대행사의 '과도한' 보도자료 게재 요청에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일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그런 불미스런 일을 겪었던 한 업체의 경영진은 1년 후 수백억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피소되기도 했다.

성급한 투자자들이 설익은 정보에 현혹되건 말건, 언론매체의 신뢰성이 훼손되건 말건 수수료를 준 고객의 요구에 충실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리 자극적이고 진실성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자료도 여과없이 내보내는 언론의 자화상도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여하튼 직접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IR큐더스가 얼마전 기자실에 배포한 책자에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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