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노하우 축적 어떻게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노하우 축적 어떻게

박준식 기자, 이재영
2010.02.24 09:52

[한국형 SPAC 분석]③화려한 운용진 본업은 따로...충실의무 이행여부 감시

더벨|이 기사는 02월22일(10:3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설립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한계는 각사 1호 펀드에 모인 운용진이 2호, 3호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1호 펀드의 성공을 위해 자본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유력 전문가들을 회사 임원진에 포함시켰다. SPAC은 대상회사를 합병하기 이전까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모 가능성을 높이려면 명망있는 인물을 내세워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실제 대우증권의 경우 '그린코리아SPAC'에 스타급 인사를 총 동원했다. 회장을 맡은 김재실 씨는 산업은행 출신의 1세대 M&A 전문가로 성신양회 부회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대표이사 지성배 씨도 토종 사모펀드(PEF) 중 가장 성공했다는 IMM그룹의 파트너다.

동양종금증권의 동양밸류오션SPAC도 마찬가지. 대표이사를 맡은 박순화 씨는 산업은행 출신으로 인수합병 경력과 자본시장 인맥을 두루 갖췄고, 이사인 호바트 엡스타인 씨도 현 동양종금증권 부사장이기에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증권 IB 대표를 거친 M&A 전문가다.

화려한 이런 조직 구성이 장기적인 성공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각자 주력으로 일하는 분야가 있는 이들이 일회성으로 프로젝트 펀드를 구성할 순 있지만 지속적으로 팀워크를 이어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언급된 지성배 씨만 하더라도 대우증권이 만든 SPAC의 대표이기에 앞서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로서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젝트 펀드는 부업이고 확실한 본업이 따로 있는 셈이다.

대표이사가 그럴진데 사외이사라고 다르지 않다. 이성용 씨는 글로벌 전략 컨설팅업체인 베인&컴퍼니의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대통령 조카로 유명한 이지형 씨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에 이어 제이엘앤컴퍼니 대표를 맡고 있다.

운용진 네임 밸류가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본업이 있는 이들이 SPAC의 이사로서 '임원 충실의무'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할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SPAC과 달리 사모펀드(PEF)나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이들은 운용진의 충실의무를 보장받기 위해 다양한 견제장치를 강구한다. 스타급 운용역이나 펀드 매니저(GP)가 회사를 그만두거나 경쟁사로 스카우트 될 경우 당초 투자 계약이 효력을 자동적으로 상실하는 조항을 마련한다. 투자자들은 임원진이 자리를 떠날 경우 그동안 받은 성과보수를 빼앗기도 한다. '키맨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고심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등에 비해 역사가 짧은 국내 SPAC에는 이런 임원견제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 투자자들에 비해 법이나 제도 등을 잘 알지 못하는 개인들로부터자금을 모으기 때문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런 장치가 불리하다. 정부 당국이 강제하지 않는 한 운용사 스스로규제를 구비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단기성 위주의 펀드 운용진 조성은 증권사에도 불리하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첫 펀드를 성공시킨다 해도 해당 인력이 본업으로 돌아간다면 그 노하우와 명성이 증권사에 축적되지 않는다. 국내 SPAC들은 복수의 기관 투자가를 공동 발기인으로 끌어들이고 출신 성분이 다른 인물을 한데 묶어 이질감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공모 후 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보호 문제도 남아있다. 당초 공모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회사나 운용진만의 이익을 위한 대상이 선정될 가능성 때문.

국내 SPAC은 대부분 녹색산업과 신성장동력 분야, 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의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특성은 가시화되지 않은 성장성을 무기로 회사가치를 매출의 2~3배 쯤으로 가볍게 부풀린다는 것이다. 이 경우과거 10년전 IT 버블 때처럼 SPAC 공모자금이 허황된 기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사모펀드 투자자의 경우 이런 문제를 방지할 내규가 엄격하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라도 만일의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실제 투자 직전, 투자심의위원회를 적어도 서너 차례 이상 열어 안건을 심의한다.

하지만 SPAC은합병 대상 선정후 개인투자자들이 호불호를 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주총회 투표 밖에 없다. 안건 표결에 2~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우리나라 주총의 형식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운용진의 의사 결정이 당일 하루에 견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 예상이다.

대상 회사의 합병 전 문제도 상당하지만 합병 후 이슈도 적잖다. 대표적인 게 상장 후 SPAC 펀드 지분이 곧바로 소수 주주로 전락하는 구조적 한계다. 예컨대 합병 이후 SPAC 펀드가 취득하는 대상 회사 지분이 33% 이하에 머물고 기존 대주주 지분이 과반일 경우 기존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단이 현격히 줄어든다.

개인투자자들은 합병 상장 후 곧바로 보유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이나 기관 투자가는 단기적인 주가하락으로 인해 물량 처분이 쉽지 않다.

미국 등에서는 SPAC 투자자가 상장 차익보다는 합병 후 대상 회사 가치상승에 투자 목적을 둔다. SPAC 제도를 활용해 대상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대상 회사 경영진과 협업해 더 큰 과실을 거두는 것이다. SPAC 제도가 막 시작된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문화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민관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수수료 확대와 자기자본 투자(PI)의 대안으로 SPAC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자본시장 비전문가인 개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만큼 정부 당국의 규제 이외에도 투자자 보호와 장기적인 제도 발전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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