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직장인의 이중생활
광고 영업을 하는 직장인 정찬영(27) 씨는 4달 전부터 명함이 하나 더 늘었다. 자동차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을 새로 갖게 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한 중고차 판매소장은 "일손이 모자란다"며 정씨에게 SOS를 쳤고, 정씨는 새로운 분야의 도전에 나섰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수입이 꾸준하지는 않지만 수입차를 팔면 100만~200만원의 가욋돈이 생긴다는 점이 매력이다.
정씨가 투잡맨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아내가 둘째를 가지면서 부터다. 분유값과 기저귀값이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시작한 일이 지금은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넘어서기도 할 정도가 됐다.
정씨의 자동차 세일즈는 주로 주말에 이뤄진다. 중고차 판매업소가 집과 가까워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전화가 오면 잠깐씩 고객을 상대하는 터라 큰 부담이 없다.
정씨는 “회사 월급으로는 생활이 빠듯해 새로운 일자리를 하나 더 찾았는데, 한달에 한 두 건의 계약만 성사돼도 자녀 양육비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화장품업체에서 대리점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김준호(36) 씨 역시 보험 컨설턴트라는 비밀스런 직업이 있다. 스타 보험 설계사가 거느리는 새끼(?) 설계사에 불과하지만 월 수익 100만원 안팎으로 짭짤한 편이다.
김씨의 고객은 주로 화장품 대리점 사장들이다. 전국에 퍼져있는 대리점 관리가 그의 주된 업무다보니 보험 고객 만나기도 수월한 편이다. 김씨는 “외부활동이 자유로운 영업관리직과 개인사업자로 등록되는 보험영업을 했기 때문에 투잡이 가능했다”면서 “소득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전국 직장인 10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8.2%(195명)가 직장 외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에 비해 2.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08년 조사에서는 12.9%로 조사된 바 있어 2년간 5%포이트 넘게 증가했다.
멀티잡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상당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투잡족 가운데 2개 이상의 부업을 하고 있는 응답자도 8.7%나 됐다.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는 이유로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부족해서(31.8%)가 가장 많았고, 수입이 줄어 부족분 보충을 위해서(17.4%)가 뒤를 이어 경제적인 문제가 부업을 하는 주요 목적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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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현대인들의 직업인식이 자아실현이나 사회적 역할 같은 전통적인 직업관보다는 소득의 원천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다”면서 “부업을 고를 때 단기적인 수입증대만을 고려하다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만큼 건강이나 생활리듬,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취미 생활 투잡족, 보편적인 투잡족 등 다양
작가들 사이에서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세컨드잡이 있다. 바로 대필이다. 소위 A급이라 불리는 작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가들의 수입원은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유명인들의 대필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대필 아르바이트는 작가들 사이에서 쏠쏠한 돈벌이로 통한다”며 “출판업계의 불황이 가져온 신풍속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작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클라이언트에게도 치명상이 될 수 있어서다.
작가들이 생활고로 투잡을 한다면 인생을 즐기는 투잡족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여행가이드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일거리다. 주로 주말에 몰려있어 미혼인 직장인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지한(37) 씨도 주말이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마이크를 잡는 여행가이드로 변신한다. 모 기업에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하는 주말여행의 진행자다. 보수는 5만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얻는 것이 많다.
매주 경치 좋은 곳을 돈 들이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데다 많은 사람 앞에서 분위기를 이끌다보니 회사 프리젠테이션 공포에서 벗어났다. 이씨는 “한달에 2~3번 꼴로 산좋고 물좋은 곳을 다니다 보니 심신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며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전국 각지의 역사와 지리도 배울 수 있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도 저절로 풀린다”고 투잡 예찬론을 폈다.
하지만 투잡족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리하게 창업을 했다가 본업에도 소홀하고 금전적 손실을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기업에 다니며 PC방을 운영하다가 회사도 그만두고 사업실패를 맛봤다는 김학수(36) 씨는 “회사와 자영업을 함께 하다가 몸이 녹초가 돼 회사에서 졸기 일쑤”였다며 “본격적으로 PC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에 매진했지만 큰 손실을 봤다”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