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의 우리 증권시장은 활동초기에 막 진입한 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투기적 거래 열기로 인해 봄을 제치고 곧 바로 여름을 맞은 듯 잠시 뜨거웠었다.
열풍이 지난 후 제법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바로 이 시점이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의 내용과 현황을 되짚어 보기에 적절할 것 같다.
기업인수목적회사란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오직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것을 그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말하며 현재 한국거래소에 4개가 상장돼 합병대상회사를 물색 중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와 합병하는 기업은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공개절차에 수반되는 각종 비용과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기업의 인수합병에 직접적인 투자참여가 쉽지 않았던 일반투자자의 입장에선 이번에 도입된 기업인수목적회사는 색다른 투자기회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특히 증권시장의 건전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찾아내어 제재하는 일을 하고 있는 자본시장조사본부로서는 기업인수목적회사와 관련되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도입된 기업인수목적회사제도는 미국의 스팩(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제도를 모델로 한 것이며 스팩은 과거 1980년대 미국 증권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든 주범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물론 우리가 도입한 스팩 제도는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각종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완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함에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증권회사가 반드시 발기인이 되도록 함으로써 신뢰성을 부여했고 공모자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토록 강제해 만일 스팩회사가 합병하지 못하고 해산하는 경우에도 투자자금의 회수가 보장되도록 한 조치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스팩의 기본적인 속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 문제는 여전히 우려된다. 이 중 가장 염려되는 것은 내부자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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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수목적회사는 모집 후 3년 이내에 다른 법인과 합병하지 않는 한 해산된다. 따라서 발기인들은 적극적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합병관련 정보가 일반에게 공개되기 전에 이를 이용한 내부자의 사전 매매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합병과 관련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일반 투자자의 매매를 유인하는 불법행위도 충분히 예상된다.
현재 우리의 경우 스팩에 대한 투자수익 기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스팩에 대한 투자는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을 매수해 3년간 보유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다.
스팩은 아무런 영업행위를 하지 않기에 이 주식을 거래하는 것은 스팩 주식을 발행한 발기인이 우량한 비상장 주식을 발굴해 합병할 것이라는 기대를 사고파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투자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소문에 근거한 무분별한 추종매매는 자칫 시세조종에 이용될 수도 있다.
스팩을 처음으로 만든 미국에서도 현재 그 열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003년부터 2009년간 설립된 162개의 스팩 중 2007년 66개를 정점으로 2008년 17개에 이어 2009년은 겨우 1개의 설립에 그쳤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03년 8월부터 2008년 6월 사이에 만들어진 58개의 스팩 중 합병에 성공한 것은 43개(74%)였고 주가는 합병 6개월 후 평균 24% 하락했다. 이는 우리의 스팩 투자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투자가 정석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이번에 도입된 스팩이 우리 증권시장에 안착되기 위해선 거래는 활성화 시키되 불공정거래 행위는 억제돼 한다. 스팩의 미래는 이 과제를 어떻게 여하히 달성하는가에 달려있다. 투자자들의 현명한 투자자세가 더욱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