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방민준의 거꾸로 배우는 골프
T.S 엘리엇은 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이라고 노래했다. 이어지는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는 구절이 봄을 맞아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죽음과 같은 땅에서 깨어나 생명을 키워내려는 치열한 몸부림을 표현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골퍼에게도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적어도 4계절이 있는 지역에 사는 골퍼들에게는 겨울이 끝나면서 봄의 서막을 여는 4월은 홍역을 치르는 달이다. 매년 4월의 필드에서 참담함을 겪으면서 도대체 무엇이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들판에 나선 골퍼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는가 곰곰이 따져보았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연습부족과 실전경험 부족일 것이다. 겨울이라고 라운드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라운드 기회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고 라운드 약속이 없으니 연습할 필요성도 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4월을 맞는 골퍼는 지난해 잘 나가던 때의 기억을 갖고 필드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 올해는 골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보자는 욕심까지 가세한다.
골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력 없는 보상은 기대할 수 없다. 좋았던 기억과 잘 해보겠다는 다짐만으로 필드에서 재미를 보겠다는 것은 도둑 심보다.
필드의 상태 역시 정상적이지 않다. 잔디는 여전히 누렇게 누워 있고 페어웨이는 디봇 자국투성이다. 그린은 딱딱하고 모래까지 뿌려져 있다. 자신의 핸디캡보다 10개 이상 더치는 경우가 다반사일 수밖에 없다.
4월의 필드가 잔인하기는 겨울을 훈련기간으로 삼아 열심히 연습한 골퍼에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연습량이 많은 것만큼 더 큰 좌절을 맛보기 쉽다. 마음 독하게 먹고 해온 동계훈련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골프메이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겠다는 심사로 기대와 흥분을 안고 필드에 나서기 때문이다.
라운드를 끝내고 평소 핸디캡보다 10개 정도 더 많게 나온 스코어를 보며 "역시 4월은 골퍼에게도 잔인한 달이야!"하고 위안을 한다면 현명하다. 스코어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연습한대로 늘 푼수 있는 샷이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나왔다면 희망을 가져도 좋다.
4월의 필드에서 가장 골퍼를 괴롭히는 것이 퍼팅이다. 14개의 골프클럽 중에서 가장 연습량이 적은 것이 퍼터다. 집에서 퍼팅 연습을 할 수 있지만 퍼팅매트나 카페트 위에서 하는 연습은 한계가 있다. 연습도 부족하고 그린과 접할 기회도 적었으니 볼을 레귤레이션 온 시켜 놓고도 3펏 4펏을 걱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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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들어 세번의 라운드를 가졌는데 가장 골탕을 먹은 데가 그린이었다. 매일 한시간 정도 연습했으니 연습량 부족을 탓할 수는 없었다. 모든 그린이 대회가 열리는 그린을 방불케 했다. 버디 기회를 보기로 마감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천연두 예방주사를 맞듯 골프 적응력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4월을 보내는 게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