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신화 줄퇴출…'벤처정신'도 퇴색

코스닥 벤처신화 줄퇴출…'벤처정신'도 퇴색

김동하 기자
2010.05.03 08:43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2010년 봄.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 벤처신화들이 줄줄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 보안업계 1세대 업체로 불리는인젠, '아이나비'와 쌍벽을 이루며 내비게이션 업계 2위까지 올랐던엑스로드, 스마트카드 업계 1위였던하이스마텍이 줄줄이 증시에서 쫓겨났습니다.

'엠씨스퀘어'로 유명한지오엠씨는 지난해 11월 실질심사 퇴출결정 후 5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받아 연명하고 있습니다. 토종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한글과컴퓨터(20,050원 0%)도 횡령·배임에 휘말리며 퇴출심사를 받은 뒤 구사일생으로 상장폐지를 면했지만, 주인을 잃은 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황입니다.

벤처 1세대 장흥순 회장이 이끄는터보테크도 최근 2개월여만에 주가가 반토막나는 시련을 겪어야했습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애플과 구글과 같은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면 한국의 벤처, 소프트웨어업계는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다'는 표현이 적절해보입니다.

퇴출이 확정된 인젠은 1998년 국내최초로 '침입탐지시스템'으로 최초로 국가인증을 받은 뒤 2002년 화려하게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그러나 '보안 1세대'로 꼽히는 임병동 대표이사는 기술개발보다는 리젠, 등 바이오 업체 리젠, IT업체 퓨처인포넷 등의 인수합병(M&A)부문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결국 2007년 회사를 홍콩 투자회사에 매각했습니다. 인젠은 이후 자원개발업체로 변신한 뒤 횡령배임에 휘말리며 감사의견도 받지 못했습니다.

강원대학교 공과대학에서 학내 벤처로 출발한 엑스로드는 지난 2007년 8월 무선인터넷 솔루션 기업 지오텔로 우회상장하면서 증시에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네비게이션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일 수익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주가는 우회상장 당시 주가를 단 한차례도 넘어서지 못한 채 상장마저 폐지됐습니다.

하이스마텍은 지난 1998년 현대전자 IC카드 사업부에서 분사해 창업한 이후 스마카드의 핵심기술인 카드운영체제(COS), 전자화폐(e-Cash) 서비스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국내 금융분야 스마트카드의 60% 이상, 발급시스템의 95% 이상 그리고 모바일뱅킹 시스템 70% 이상을 공급하는 1위 업체였죠. 그러나 경영진을 잘못 만난 탓에 퇴출되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퇴출이 유예된 지오엠씨는 중·고교 수험생들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집중력 향상기 '엠씨스퀘어'의 개발사죠. 지난 2007년에는 미국 ABC방송사가 '엠씨스퀘어'를 특집방송하면서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정체불명의 지위인 '경영지배인'이 회사를 휘저은 뒤 대규모 횡령·배임에 시달렸고, 실질심사 후 퇴출결정을 받았습니다.

벤처신화의 몰락은 IT뿐 아닙니다. 토종 패션기업의 선두주자였던쌈지도 퇴출됐고, '투자업계의 벤처'라 불릴 만한 슈퍼개미 문덕씨(필명 비초)가 인수해 화제를 모았던 비전하이테크도 횡령·배임 회오리 속에서 상장폐지됐습니다.

벤처투자회사 1세대들의 현주소도 씁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NHN과 한글과컴퓨터 등 벤처투자로 이름을 떨치던 한국기술투자(KTIC홀딩스)의 서갑수 회장부자는 612억 횡령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비트컴퓨터 등 내로라하는 1세대 벤처기업들이 1996년 출자해 설립한무한투자도 관리종목 신세로 전락했습니다.브이에스에스티에 인수된한림창투역시 시장에서 매물로 회자되며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이처럼 주식시장의 격동적인 변화 속에서 장기간 상장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뒤늦게 정부에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 육성책을 내놓고 있지만, 유관기관의 밥그릇 싸움 속에서 실질적인 육성책은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상장폐지 '대란(大亂)'속에서 부실기업과 함께 과감한 투자로 미래를 창조하는 벤처정신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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