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칼 뺀 美·歐, 알고보니 '동상이몽'?

'금융규제' 칼 뺀 美·歐, 알고보니 '동상이몽'?

안정준 기자
2010.05.21 13:36

獨 공매도 규제에 유럽 동조 분위기…美는 금융위기 재발 방지에 초점

금융시스템 규제 강화를 본격 추진 중인 미국과 유럽이 각론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럽은 국가채무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에 대한 강도높은 단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미국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시스템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규제 강화의 방법론에서 다소간 차이를 보이는 미국과 유럽은 다음 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이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헤지펀드 규제'나서는 유럽=금융권 규제 강화는 현 시점에서 미국보다 유럽에 더 시급한 사안이다.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유럽 국가채무 사태와 유로화 폭락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문제의 주범으로 헤지펀드를 지목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18일 월례 경제·재무 이사회에서 해지펀드 및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는 △유럽에서 영업하는 유럽 외 지역 헤지펀드는 EU 금융감독 당국에 반드시 등록 △펀드 운용과 관련된 보고 기준 강화 △레버리지 비율 제한 △펀드 매니저 보수 제한 등 헤지펀드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안이 포함됐다.

유로존의 맹주 독일은 자체적으로 한층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다. 독일은 18일 독일증시에서 거래되는 유로화 표시 국채 및 그에 연동된 국채 신용부도스왑(CDS), 10개 대형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는 강수를 뒀다. 모두 헤지펀드의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독일의 강수에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재무부 관계자들은 지나친 행동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20일을 기점으로 유럽 주요국들은 독일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옹호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일 엘리제궁에서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개혁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와 의견 불일치는 없다"라며 "금융 규제와 관련해 영국, 독일, 프랑스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메론 영국 총리도 "유로존이 성공하고 유로화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은 영국의 이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금융규제를 위한 유럽의 단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유럽이 독일의 공매도 금지 등 강도 높은 헤지펀드 규제안을 6월 G20 정상회담에 의제로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G20 정상회담에서 금융규제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 재발 방지'가 관건인 미국=미국은 금융시스템 규제와 관련,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근본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상원은 21일 본회의에서 파생상품 거래 감독강화와 소비자 보호청 신설,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 금지 등을 담은 금융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두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몰고 온 '월가의 탐욕'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이날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상원은 지난해 12월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과의 단일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율을 거쳐 재의결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법안 통과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금융업계는 수많은 로비스트와 수백만달러 규모의 광고를 들여 개혁을 지속적으로 막으려 했다"며 "은행들에 처벌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와 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대적으로 '느긋'…의견 조율 미지수=미국과 유럽이 금융 규제 강화라는 큰 틀에서는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각론에서 의견 조율에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유럽이 강조하는 헤지펀드 규제에 미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전 세계 헤지펀드의 큰 부분을 주무르는 미국은 그동안 유럽의 헤지펀드 규제 움직임은 자국 펀드 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헤지펀드 규제 강화는 보호주의에 다름 아니다"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미국이 유럽만큼 강도 높은 금융 규제가 시급하지 않다는 점도 양측 의견 조율의 장애물로 거론된다. 유럽의 금융규제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는 유로화의 재생을 위한 당면과제이지만 미국은 2008년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 의견 조율을 위해 6월 G20 정상회담에 앞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오는 26~27일 영국과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다.

재무부는 "가이트너 장관은 유럽 관계자들과 만나 유럽의 경제 상황과 국제사회의 신뢰, 금융 안정을 회복하고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위한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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