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바라본 중대형아파트 미래는?

은행이 바라본 중대형아파트 미래는?

지영호 기자
2010.06.02 10:26

[머니위크 기획]부동산 괴담 진실은/ 찬밥된 중대형아파트

"부자들도 다운사이징 전략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팀장은 중대형 아파트의 미래와 관련해 이같이 전한다. 기자가 "에이~ 설마요"라고 반신반의 하자 요즘 현장에서 직접 듣는 살아있는 이야기라고 덧붙인다.

다운사이징은 최근 주택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다. 집을 넓혀가는 통상적인 '하우징 사이클'에서 벗어나 오히려 줄여나가는 현상이다. 일부에서는 중대형 아파트의 몰락이 본격화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중대형 필패론'이다.

시중은행 부동산팀장들에게 이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중대형 필패론'이 과장됐지만 과거와 같은 중대형 전성시대는 분명히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1. 중대형 아파트 인기 되살아날까? 살아나면 회복 시기는?

이남수신한은행 부동산팀장: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 현재 추세가 유지된다면 내년 하반기 이전까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강남권 중대형 공급이 제한된 이상 경기가 회복되면 중대형 아파트의 회복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송파 신도시의 주택 공급에 중대형이 제외되자 반포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면 여전히 중대형 수요가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예전처럼 중대형에서 큰 자산효과를 기대해선 안된다.

안명숙우리은행 부동산팀장: 유동성 문제, 가계소득 증가, 고용창출 등의 문제가 풀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소득증가와 경기 부양이 눈에 띄게 늘어난 시점이 터닝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2~3년 동안은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살아나기 어려워 보인다.

박합수국민은행 부동산팀장: 심리적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는 갖고 있어봐야 손해만 보고 팔기 어렵다는 한계를 많이 느끼는 듯 하다. 중산층은 지금 대형 아파트 구매 여력이 크게 달린다. 게다가 부자들도 증여세 문제로 중대형 아파트의 대물림이 쉽지 않다. 구매력은 쉽게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2~3년간은 두드러지는 중대형 공급이 없더라도 수급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다.

정봉주하나은행 부동산팀장: 시기를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다. 지역적 수급불균형으로 봐야 한다. 고령화 저출산 문제는 1~2년 내에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중대형 아파트를 소화할 수 있는 수요층이 많은 지역이라면 회복시기가 그리 오래지 않을 것이다.

2.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 중대형 아파트의 선호지역은 어디가 될까?

이남수팀장 : 단연 강남이다. 조금 더 확대한다면 서울까지다. 서울 안에서도 학군 좋은 곳과 인기 많은 곳만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중소형 아파트의 선호도가 높다. 얼마전 판교를 가봤는데 40평형대가 인기가 높았다. 요즘 아파트는 잘 나와서 확장하고 하면 50평형대 수준까지 나온다. 굳이 대형 아파트를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됐다.

안명숙팀장 : 대형 선호도는 궁극적으로 줄어들겠지만 대체세력도 있어 앞으로 중소형 아파트 일색의 시장판도는 아닐 것이다. 대체세력은 젊은 신흥부자다. 부모에게 유산을 받았거나 전문직 종사자인 30~40대가 주축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강남을 비롯해 용산, 성수 등 강북 한강변이다. 인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차원에서 강남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이다.

정봉주팀장 : 전통적인 강세지역인 강남, 서초나 신흥 부촌인 용산 등 중상위 계층의 선호 지역이 우선 주목을 받는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부촌의 새로운 축도 생겨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한강 주변, 사대문 안, 구로나 영등포 등 서해안 축이 새로운 중대형 아파트 선호지역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박합수팀장 : 수요자들은 더 이상 큰 평수를 원하지 않는다. 50평형대면 충분하다. 뉴타운에 중대형 공급을 해봐야 팔리겠나. 굳이 중대형 선호지역을 꼽자면 강남이나 용산 등 랜드마크적 성격이 짙은 지역에서 현상 유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본다.

3.중대형아파트의 인기 하락 원인은?

현재 시장은 중대형 기피현상이 뚜렷하다. 올들어 수도권에서 85㎡초과 아파트의 가격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분양 적체도 중대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 하락 원인이 뭘까?

이남수팀장 : 유럽발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중대형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 위기가 결국 투자 성격이 강한 중대형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각 부도심의 랜드마크로 이름을 날렸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도 크게 떨어졌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주상복합은 트렌드 성격이 짙은 주거공간이다. 전용률이 떨어지고, 관리비가 많이 들고, 창문도 열수 없는 단점들이 부각되면서 인기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안명숙팀장 : 과거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아파트에 올인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수요자는 세금 부담으로 보유하기 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환금성이 떨어지며 인기하락을 가져왔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는 일종의 트렌드였다. 핵가족 트렌드에 중대형 인기도 줄어든 것이다.

박합수팀장 : 대형 고가아파트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투자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어봐야 손해만 보고 팔기도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평당 5000만원, 이 시점에서 부자들이 손을 놨다. 종부세나 양도세 중과제도 등 참여정부에서 만든 부동산 정책이 이제서야 빛을 발하고 있다.

정봉주팀장 : 지나치게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이 많았다. 게다가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증가하지 않으니 중대형으로 갈아탈 여력이 없어졌다. 궁극적으로 고령화 사회와 저출산 사회에서는 과거와 같은 큰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강남에서 중대형 공급과잉이라는 말 들어본 적이 없다. 중대형을 소유할 만한 여력이 있는 지역은 몰락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을 중대형의 위기보다는 조정국면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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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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