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바마 행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주둔군 사령관의 경질을 둘러싸고 미국이 시끄럽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아프간 전쟁을 진두지휘중인 장수를 구설 한 마디에 목을 날렸으니 나라가 들끓을 법한 일이다.
알려진대로 그의 낙마는 격주간지인 롤링스톤이 빌미를 제공했다. 60년대 창간된 롤링스톤은 문화전문이지만 베트남전 등 그 시대의 세태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기사로 호평을 받는 대중지이다.
맥크리스털은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아프간 정책에 반하는 몇 가지 발언들을 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풋내기’ 정도로 표현하고 백악관 참모들과는 대립각도 세웠다.
당초 짧게 예정된 인터뷰였으나 아일랜드 화산폭발로 발이 묶이며 일정이 길어졌고 인터뷰에 응하는 그의 집중력도 해이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짐작컨대 격전지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는데 따른 긴장 이완과 한 잔의 술이 더해져 본의 의지와는 달리 속내를 털어 놓았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은 빨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도된 발언은 사령관이 준수해야할 기준을 넘어섰다"며 훼손된 민주주의의 핵심인 문민통제권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를 해임한다고 말했다.
경질 발표후 그의 인터뷰 전문을 찬찬히 읽어보았지만 어디에서도 오바마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군인으로서 그가 겪었을 환경적 스트레스에 대한 연민이 앞섰다. 탈레반과의 전쟁 수행만도 벅찬데 현지 실정도 모르는 워싱턴의 정략적 판단과 간섭에 보다 진력이 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실 그는 이 인터뷰전 열린 외교관들과의 파티 석상에서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트위터를 친지들에게 날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보도한 한 기사는 맥크리스털 등이 처한 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즉 미군이 파워포인트에 진력나 있다는 얘기였다. 군이 작전보다는 브리핑, 회의 준비에 더 공을 들여야해 `파워포인트 특수부대`가 생겨날 판이라고 한 군인은 자조섞인 한탄을 했다.
이 기사속에는 맥크리스털도 등장한다. 그는 한 회의를 주관하며 아프간내 여러 요인들을 설명하는 파워포인트 화면을 보며 한 마디했다. "저 걸 이해한다면 아프간 전쟁에서 이미 이겼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의 인과 관계를 분석해놓은 그래프가 마치 접시에 올려진 스파게티를 연상케했다고 표현했다. 아마 그린베레, 레인저 등 특수전부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거듭되는 회의와 정치적 간섭, 외교적 수사에 느꼈을 피로도는 누구보다 예민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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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민 우위체제가 확고한 미국에서도 군의 항명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에서도 지난 70년대 유명한 ‘항명’ 파동이 있었다. 당시 주한 미 8군 참모장이던 존 싱글로브 소장이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철수정책에 한국의 방위 능력을 저해하는 조치라고 반기를 들며 보직해임후 예편 조치됐다.
이 보다 더한 일은 거의 ‘신화가 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의 대립이다. 6.25전쟁시 확전이냐, 제한전이냐를 놓고 양자간 전개된 힘겨루기는 결국 맥아더의 퇴진으로 끝나며 문민우위의 대표적 선례가 됐다.
그렇다고 군의 맹신적 복종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6.25발발전 대통령의 북진통일 환상과 맞물려 우리군 수뇌부가 쓸데없이 가졌던 허세는 자칫 국가 안위마저 무너트릴 뻔했다.
또 군의 행동에 정략적 판단이나 정치적 이해가 앞설 경우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우리는 경험했다. 지난 2차 연평해전때의 일이다. 화해무드에 편승, 확전을 우려한 복잡한 교전수칙으로 얼마나 많은 젊은 목숨이 희생됐는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천안함 사건에도 이러한 판단은 여지없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초반 우왕좌왕했던 보고체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와중에 우리도 평생을 군에 바친 한 지휘관을 날렸다.
군은 특성상 어디보다도 독립성이 요구되는 특수 집단이다. 이 가운데 명료한 명령체계와 직설적인 화법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생명이다. 비단 군 조직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