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A사의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애널리스트 평균추정치(컨센서스)는 약 170억원이다. 전분기대비 약 80% 전년동기대비 약 20% 늘어난 수치다. '깜짝 실적'이라고 할만하다.
A사는 지난해 해외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며 외형이 급격히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역성장의 아픔을 겪고 있다. 주가 흐름도 부진했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A사의 주가는 2분기 실적 기대감에 상승 흐름을 보일 법하다.
그러나 2분기 내내 A사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A사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회사 실적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실적에 대한 수정치를 내놓기조차 부담스러워 과거 추정치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라고 실토했다.
실제 이 회사를 분석한 보고서는 지난 5월 이후 추가된 것이 없다. 그는 "실제 실적은 컨센서스보다 30% 이상 낮을 것"이라며 "최근 주가가 너무 빠져서 보고서를 내려고 했었지만 회사 측에서 내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해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대상 기업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담당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냈다가 그 후에 그 회사에 출입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이 선택한 것은 '의도된 무관심'이다.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분석보고서가 뚝 끊긴다. 일종의 담합이다. '의도된 무관심'은 투자 판단의 기초자료인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를 왜곡시킨다.
애널리스트들은 고육지책으로 '의도된 무관심'을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곧 투자자들에 대한 배신이 된다. 컨센서스를 보고 투자했다가 실적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 투자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적시즌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추정치 발표를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실적을 발표한다. 실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언제 나온 것인지 '유효기간'을 챙기지 않았다간 탈이 나기 십상인게 우리 증시 현주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