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랩 어카운트 허용 '고민'

금융당국, 은행 랩 어카운트 허용 '고민'

박재범 기자
2010.07.12 08:10

금융당국이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인 때문만은 아니다. 은행과 증권사간 물 밑 싸움 속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지 판단이 안 선 때문이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투자일임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놓고 내부 검토를 진행중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은행법 개정안을 보면 은행의 겸영 업무를 시행령에 담도록 돼 있고 금융위는 이달 말쯤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일임업을 은행의 겸영업무로 할 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내부 검토와 논의 등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고민하는 표면적 이유는 은행과 증권사간 힘겨루기 때문. 당장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면 은행도 11월부터 자문형 랩 어카운트를 팔 수 있다. 은행으로선 새 수익원이 생기는 셈이다. 기존의 프라이빗 뱅킹(PB)과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증권사의 반발은 크다.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시장을 대형 은행에게 내 줄 수 있다는 점부터 못마땅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펀드의 대안으로 새롭게 개척한 땅을 남에게 넘겨준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업계의 대립이 주된 이유지만 금융당국 내부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지난해말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험사가 투자일임업을 겸영할 수 있게 된 것은 허용 논리 중 하나다. 은행만 차별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랩 어카운트의 급증세와 쏠림 현상을 예로 들며 신중론을 내놓는다. 실제 지난 5월말 현재 증권사 랩 어카운트 계약자산 규모는 2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시장 성장이란 긍정적 측면이 크지만 금융감독원이 모니터링을 강화할 만큼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게다가 '집합 운용'을 하는 펀드와 달리 개별 운용을 하는 랩 어카운트의 요건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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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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