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PO시장 성장의 조건

[기자수첩]IPO시장 성장의 조건

정영일 기자
2010.07.12 15:50

금융위기가 한국증시를 강타한 지난 2008년 가을. 한국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에게 상장기한을 6개월 연장해줬다. 상장예심을 통과한 기업들은 6개월 이내에 주식분산을 마치고 상장승인 신청을 해야 하지만 특별히 6개월 더 연장해준 것이다.

당시는 공모를 해도 청약경쟁률이 50대1에도 못 미치고 공모가가 기대치 이하로 형성되며 잇따라 기업들이 상장을 포기하던 때였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에는 코스닥 청약예심을 신청한 기업들이 24개사로 줄어들기까지 했다.

상장하는 회사들이 줄어들고 공모가도 낮게 책정되다 보니 '희소가치'와 '수익성' 기대로 오히려 수십억원 규모의 공모에 수조원의 자금이 몰리거나 상장 직후 열흘이 넘게 상한가 행진을 벌이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12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회사수는 총 47개사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지난 2008년 상반기 50개와 비슷하다.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국내 경기 및 증시가 회복하고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대한생명 삼성생명 등 대형종목들의 상장도 이뤄지고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 공개에 나서는 회사들의 숫자도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정작 예비심사 결과 상장 승인이 난 기업들의 비율은 전년에 비해 소폭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장승인 기업의 비율은 71.4%로 지난해 승인이 난 회사의 비율 87.5%보다 16.1%p 낮아진 수치다.

거래소는 "지난해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세를 유지한 우량한 회사들이 상장심사를 청구했지만 올해는 내부통제정비와 상장주간사의 실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상장예심을 청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IPO에 나서는 기업들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그와 함께 충분히 조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도 상장예심을 청구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래도 활발해져야하지만 좋은 물건도 많아져야 한다. 좋은 물건을 찾아볼 수 없는 시장이라면 거래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개에 나서는 기업들이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도 보다 철저한 기업실사를 하는 것이 IPO시장을 살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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