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매입 등 공격적 부양책 언급 여전히 없어…재정적자 부담 만만치 않은 듯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 경제 회복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추가적 부양책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버냉키 의장은 2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주의회에서 '미국 경제 및 주 정부가 직면한 도전 요인들'이라는 주제로 가진 연설에서 "부진한 고용·주택 시장과 저축 감소 등으로 완전한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미 경기 회복에 대한 그의 부정적 전망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버냉키의장은 지난 21일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서 "경제 앞날이 이례적으로 불확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따라 이날 시장의 눈과 귀는 버냉키가 부정적 경기 진단을 바탕으로 추가적 경기 부양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에 나서느냐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통화정책은 경제 성장세가 확인되고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 확대가 이뤄지는 시점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동안 버냉키는 추가 부양과 관련, 장기간 저금리 유지, 은행 초과 지불준비금 인하, 모기지증권 만기연장 등을 언급해 왔다. 모두 시장 유동성 공급을 촉진하는 정책이지만 추가적 부양이라 부를만한 강도 높은 수단과는 거리가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채매입을 통한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의 재가동 등 특단의 조치가 이날 버냉키의 입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확산됐다. 앞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 위원들 사이에서도 미 경기 둔화 방지를 위해 연준이 국채 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버냉키가 미 경제의 전반적 둔화 우려를 지속적으로 나타내는 한편, 확실한 추가 부양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이유는 재정적자 누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2010회계연도 미 재정적자 전망치는 1조4700억달러,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대폭적 예산 절감에 이미 나선 상태다. 정부 채무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연준의 국채매입 등 공격적 부양책이 이 같은 상황에서 단행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준을 통한 공격적 추가부양보다는 자금이 많이 투입되지 않는 정부 주도의 추가 부양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수출 주도형 제조업 부양, 에너지 효율 증진 보조금, 일부 공무원 고용 보장, 단기 고용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