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종윤 씨젠 대표이사..이익률 36% 실적으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분자진단 만큼은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하는 로슈라는 회사도 우리를 못 이겨요."
오는 1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씨젠의 천종윤 대표(사진)의 말이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꼭 10년 만에 증시에 상장된다. 보통 바이오회사는 기술이 있더라도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상장특례제도를 통해 상장된다.
통상 코스닥시장에 상장되기 위해서는 순이익이 연간 10억원 이상이거나 연매출이 50억원 이상 돼야 하는 등 기본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바이오기업의 경우 장기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수익성 요건 등을 면제해주고 기술성 평가를 통해 상장시키는 특례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씨젠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반 기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2007년부터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실적이 나오기 시작해 굳이 상장특례제도를 통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씨젠은 기술력은 물론 수익구조의 안전성까지 모두 갖춘 만큼 한국형 바이오벤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자본잠식 위기까지 몰렸던 회사의 극적인 반전이다. 이 회사의 2007년 매출은 18억원에 불과했지만 2008년 42억원, 2009년 131억원 등 매년 2~3배씩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12억원으로 올해 총 3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6.5%였다.
이 회사는 분자진단제품이라는 다소 생소한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분자진단은 DNA와 RNA 등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 방법이다. 분자진단은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면역진단법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다.
감염 후 항체가 생겨나기까지는 3~4일 걸리지만 분자진단을 이용하면 진단 후 3~4시간이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분자진단 시장은 아직 산업화 초기 단계임에도 지난 2008년 3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했고, 연평균 14%의 고속 성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진단에 필요한 유전자를 증폭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높다.
천 대표는 건국대 농대를 졸업한 다음 미국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했다. 천 대표는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00년 유전자 진단제품 연구를 본격화했다. 그는 "분자진단은 로슈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20~30년 전의 기술을 쓰고 있었다"며 "연구 당시 기존 기술이 아닌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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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은 2006년에 'DPO(Dual Priming Oligonucleotide: 이중 특이성부여 유전자 증폭기술)'기술을 이용한 호흡기 질환 및 성감염증 원인균 진단 제품을 개발해 냈다. 씨젠에 따르면 DPO기술은 여러 병원체를 동시에 검사하고, 병원체 검사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기존 분자진단 제품은 기술의 한계로 인해 한번에 여러 병원체를 검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씨젠이 간편하고 경제적인 분자진단 시약을 내놓자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회사의 거래처가 국내 60여개 종합병원 및 해외 50개 국가로 늘면서 매출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씨젠의 호흡기 제품과 성감염증 진단 제품은 지난해 8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48억원은 수출을 통해 올린 실적이다. 씨젠은 이밖에도 결핵, 패혈증, 뇌수막염, 자궁경부암 등 진단제품도 개발해 냈다.
씨젠은 이번 상장을 통해 200억원 정도의 일반공모자금을 받게 된다. 씨젠은 로슈가 독점하다시피 한 실시간 진단시스템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공모자금으로 미국 FDA(식품의약국)기준에 맞는 생산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미국은 분자진단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천 대표는 "실시간 진단시스템 매출이 본격화되고, 기존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씨젠의 발전과 진화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