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잡아라 먹튀/ '먹튀의 온상' 우회상장
지난해 10월 한 태양광 관련 업체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약 6600억원으로 코스닥시장 13위였다.
이 회사는 정재계 인사들로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녹색성장 기업이란 찬사까지 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지식경제부 '2009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해 당기순이익은 246억원 흑자. 매출액 1453억원, 영업이익은 31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결국 회계 조작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3월24일에는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25일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당기순이익은 224억원 적자라고 번복했다. 매출액은 97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0억원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달 23일 상장폐지가 최종 결정됐다. 최근 코스닥시장에 이슈로 떠오른 네오세미테크에 대한 내용이다.

지난달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네오세미테크의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7287명(전체 주주수의 99.89%)이다. 상장폐지로 인한 1인당 최대 피해액은 2224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실기업인 네오세미테크가 이처럼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유망기업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허술한 우회상장 제도 때문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였던 모노솔라에 인수합병되는 형태로 우회상장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회상장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먹튀의 온상' 우회상장
비단 네오세미테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우회상장은 이른바 '먹튀'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표적인 사례로 리타워텍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벤처기업가로 이름을 알린 최유신 씨는 2000년 1월 산업용 송풍기 전문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했다. 그 후 파워텍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면서 최씨는 기업사냥에 나선다. 이때 파워텍을 인터넷 지주회사로 탈바꿈시키고 상호를 리타워텍으로 변경했다.
상장 당시 몇천원짜리에 불과했던 리타워텍 주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3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계속 주가가 오르는 리타워텍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최씨는 도망가듯 홍콩으로 출국했고, 대표이사인 허모씨만 구속됐다. 최씨는 주가조작 혐의를 받았지만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리타워텍은 2003년 4월 코스닥에서 퇴출됐고, 주가는 20원으로 추락했다. 반면 최씨는 수백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회상장의 허점을 이용해 말 그대로 '제대로 먹고 튀어버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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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회상장 자체가 부실한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한 후 고평가시키고, 주가에 거품을 만드는 구조"라며 "나중에 상장된 후 주식을 털고 나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회상장의 동기 자체는 대부분 불순한 경우가 많았고, 연구 결과 우회상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실질심사제도 도입 급선무
우회상장의 문제는 크게 세가지로 지적된다. 회계 투명성의 문제, 비상장기업 가치평가 공정성의 문제, 우회상장 실질심사의 문제 등이다.
김 연구위원은 "네오세미테크의 경우에서 봤듯이 우회상장 기업이 비상장 상태일 때 회계장부가 조작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며 "지정감사인제도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회상장 신청 전에 지정감사인을 의무화하고, 우회상장 심사 신청 시 지정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정감사인을 통해 기업회계정보의 질을 높이고, 정보비대칭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견해다.
그는 또 "우회상장 시 합병비율은 법정된 합병가액 산정방법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런 경우 비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이 과대평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익가치 및 상대가치 산정기준을 정비해 비상장법인의 과대평가 관행을 개선시켜야 한다. 또 우회상장에 대한 외부평가가 부실했을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제재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김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아울러 우회상장 실질심사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행 우회상장 규제체계는 거래유형을 5종(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간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제3자배정 증자와 결합한 자산양수, 영업양수, 현물출자)으로 유형화해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현행 우회상장 심사제도는 비상장법인에 대한 심사만을 하고 있지만, 향후 실질심사는 우회상장 거래 후 기업에 대한 심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불건전인식 업종의 거래소 진입을 막기 위해 일반 정규상장과 마찬가지로 질적 심사기준 중 주식시장의 건전성에 관한 일반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작전>을 통해 본 우회상장의 그늘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 故박용하, 박희순, 김민정, 김무열 등이 출연한 영화로 주식투자의 명과 암을 흥미롭게 다뤘다. 영화적인 요소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도 있지만, 현 주식시장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이 영화를 통해 우회상장의 문제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상에서 작전세력들은 부실한 상장 건설사의 대주주와 공모해 이 회사의 주식을 매집한다. 그리고 성공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은 첨단환경기술을 개발 중인 비상장 벤처기업과 합병을 시도한다.
이어 합병을 재료로 상장 부실기업의 주가를 띄우고, 주주총회의 합병결의 공시 등에 의해 해당 주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떠넘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갑래 연구위원은 "영화 <작전>은 우리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다"며 "기업금융 특히 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벤처투자자의 투자회수를 위한 인프라로서 주식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논제를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또 "그동안 주가조작의 테마가 돼왔던 우회상장의 문제점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악의적인 먹튀들이 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회상장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