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거래 1억 불과...공시 98% 유명무실
'소속기업 64곳, 시가총액 6786억원, 자본총계 2603억원. 일평균 거래대금은 고작 1억2800만원'
코스피, 코스닥에 이어 제3시장으로 설립된 프리보드의 현주소다.
프리보드는 벤처로 대표되는 혁신형 기업들의 자금조달 활성화와 함께 엔젤 투자를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0년 3월 만들어졌다. 그러나 설립 당시 의도와는 달리 시장이라고 부르기 초라할 정도의 거래량은 물론 투자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채 겉돌고 있다. 인터넷 비상장주식 중개사이트 등과 비교해도 질이 떨어지는 '복덕방'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켜보다 못한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 태세다. 당국은 프리보드를 수술대에 올리기로 하고 '한계기업 퇴출' 등 정상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프리보드 공시, 볼만한 것은 100건 중 2건=무엇보다 투자의 기본이 되는 공시현황을 보면 프리보드가 얼마나 유명무실한지 알 수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프리보드 기업들의 공시는 총 531건. 이 가운데 공시위반 등 시장조치와 관련된 것이 216건 이상이다. 공시 10건 중 4건 이상은 '기업'이 아니라, 프리보드를 운영하는 금융투자협회가 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보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47건 △매매정지 관련 60건 △투자유의 80건 △거래정지 해제·정리매매 23건 △조회공시·답변 6개 등이었다.
기업들이 공시한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주총회 개최, 유상증자, 감자, 본점소재지 변경 등 형식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정작 기업의 영업활동을 알려주는 수출 등 공급계약 공시는 전체공시의 1.9% 수준인 10건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지 가늠할 수 있는 사업보고서는 고사하고 기초적인 재무제표 검색도 무척 어렵다.
이처럼 기초자료가 부족한데다 기업들의 숫자도 충분치 않다보니 거래가 부진하고, 이는 다시 투자자 외면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투자자들은 프리보드 보다는 38커뮤니케이션, PSTOCK 등 인터넷 장외주식 거래사이트를 선호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비상장 주식 중개서비스가 최근 활성화 되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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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규제, 지나치게 낮은 진입장벽이 문제=프리보드가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지나치게 벽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프리보드는 2000년 전후 IT 버블 당시 만들어졌고, 이 때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다수 유입됐다. 이런 한계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와 위반에 따른 제재조치도 느슨하게 했다.
이후 IT 버블이 꺼지면서 프리보드의 역할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채로 현재까지 오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물론 프리보드 기업지정을 위한 기준은 있지만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있다. 프리보드에 지정되기 위해서는 감사의견이 '한정' 이상이면서 한국예탁결제원이 취급하는 기업이면 그만이다.
금융투자협회는 공시위반 기업에게 매매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도 거래가 부진한 상황에서 실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시장이 부실기업 중심으로 파행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우량기업은 되레 프리보드를 회피하는 역작용도 나타났다.
서상훈 IBK투자증권 전무는 올 8월 열린 프리보드 관련 공청회에서 "시장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프리보드 기업들이 성공한 스토리가 적다는 게 문제"라며 "시장이 정상화하려면 우선 우량기업들을 다수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프리보드 부실기업 퇴출=프리보드의 부실 운영을 지켜봐온 금융당국도 메스를 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프리보드 정상화를 위해서는 한계기업들의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여기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비롯한 개혁안을 올 연말까지 도출키로 했다. 아울러 투자자 보호장치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인강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한계기업을 솎아 낸 것과 같은 조치가 프리보드 시장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정책지원을 받는 R&D기업, 우량한 기업들을 신규진입 시키는 방안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