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추 가격 하락이 반갑지 않은 이유?

[기자수첩]배추 가격 하락이 반갑지 않은 이유?

김유림 기자
2010.10.25 07:55

한때 포기당 1만5000원까지 가격이 뜀박질했던 배추가 이번 주에는 2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불과 2주 사이에 가격이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김장 대란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온 배추는 '구원군'에서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소비자들은 당장 배추 가격 하락을 반기겠지만, 이 현상이 그저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니다. 연말 배추 가격 급락이 배추 농사의 감소로 이어져 다시 내년 가격 폭등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수급의 특성상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농산물은 생산 기간이 길고 기후와 계절을 탄다. 따라서 가격이 오르면 쉽게 제품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공산품과 달리 가격안정이 쉽지 않다. 또 누구나 꼭 먹어야 하는 생필품적 성격이 매우 강해 작은 공급량 변동에도 가격이 크게 요동치게 마련이다.

여기에 농산물 유통의 문제도 이번 파동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추의 유통비용 증가는 지난 1994년 개정된 농안법(농산물 유통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과도 일정부분 관련이 있다. 배추, 무, 상추 등 주요 농산물은 이 법률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경매를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농수산물이 모이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총 6개 도매시장법인들이 경매를 주도하고 낙찰가 4~7%를 수수료 수익으로 챙기고 있다. 이 도매법인들이 작년 한해 수수료 수익으로 챙긴 돈만 1200여억원에 달한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농산물 유통 과정에 소요되는 것이다.

대형마트 업체 한 관계자는 "중간 도매상이 많은 현 구조로는 해결책이 안 보이고 '생산자 직거래' 방식 등 시세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별도의 수급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장바구니 물가를 우려해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오는 조치가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많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후상황에 대비하고 재배기술의 강화를 포함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 능력을 높이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자에게 가는 시간과 단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이번 배추 파동을 둘러싼 농업계와 유통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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