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골목전쟁/SSM vs 골목상인 1차전
“방어막은 생겼다. 하지만…”
7개월 가까이 표류하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어 오는 25일에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형 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일단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재래시장 반경 500m 안에서 SSM 출점을 할 수 없게 된데다(유통법), 대기업 투자지분이 51% 이상인 SSM 가맹점도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상생법)이 도래하자 대형유통업체들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대응책이 없다”며 울상이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에게 SSM은 여전히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겁나는 존재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동안 ‘SSM의 대항마’로 평가받아온 ‘나들가게’와 ‘온누리상품권,’ 그리고 ‘공동 물류센터’ 건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방어막’이 쳐진 유통 환경에서 이들 ‘대항마’는 SSM과의 전면전을 더욱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까.

◆나들가게…매출 10% 올랐어도 단골 빠진다면?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에서 ‘나들가게’ A수퍼를 운영하고 있는 임진구(가명) 씨. 그는 지난 5월 A수퍼가 나들가게로 선정되자 정부 지원을 받아 간판과 매장 내 진열대를 무상으로 교체했다. 컴퓨터로 쉽게 매출관리를 할 수 있는 POS(판매시점 관리) 시스템도 무료로 대여 받았다.
매장 내외부가 예전보다 훨씬 더 깨끗해지고 매출관리도 쉬워지자 임씨의 가게는 월평균 10% 정도의 매출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임씨는 “(SSM으로부터)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2010년 11월 현재 전국에는 임씨처럼 나들가게로 선정된 동네수퍼가 960여곳이나 된다. 지난 5월 SSM의 중소상인권 공략에 대응하라는 취지에서 소상공인진흥원 주도로 나들가게(나들이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는 가게) 제도가 만들어진 후 6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의 성과다.
그동안 나들가게 점주들은 최대 1억원의 자금융자를 비롯해 간판·진열대 교체, POS 시스템 구축, 경영 컨설팅 지원 등 700만∼800만원대 상당의 정부지원을 받았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국의 1차 개점 나들가게 200곳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응답 점포의 98.3%가 나들가게 선정 후 일일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절반가량은 "매출이 10%이상 뛰었다"고 답했고, 고객수가 증가했다는 곳도 64.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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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들가게가 정부 지원 효과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점주들은 “나들가게가 SSM의 근본적인 대항마는 되지 못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들가게와 SSM이 맞붙은 곳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설령 SSM과 인접해 있더라도 외관과 진열을 바꾼 것만으로는 대자본을 등에 업은 SSM을 당해 낼 수 없다는 반응이 시장에서는 지배적이다.
나들가게 한 점주는 "나들가게로 변신했지만 단골을 빼면 고객층과 매출 규모에 변화가 없다"면서 "나들가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돌고 돌기는 하는데 수익은 '글쎄'
‘나들가게’ 이전에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품권’이 그나마 SSM의 ‘침투’에 힘겹게 맞섰다.
대형할인마트의 성장세를 맞물려 재래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는 ‘재래시장상품권’이 대표적인데, 지난해 7월부터는 중소기업청과 전국상인연합회 공동으로 1만원권과 5000원권을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으로의 통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올해만 500억원을 발행 목표로 잡았으나 기업이나 기관의 구매 동참 등이 이어지면서 900억원 발행으로 증액됐다. 지난 10월31일 기준으로는 734억원이 판매돼 전통시장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애초 발행목적부터가 SSM이나 대형할인마트를 겨냥했다기보다는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더 염두에 뒀기 때문에 SSM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받아내기에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공동물류센터…지경부-중기청 줄다리기에 한숨만
따라서 시장에서 제3의 ‘SSM 대항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공동물류센터’다.
현재 동네 슈퍼마켓까지의 유통구조는 ‘생산자→유통회사 영업본부→영업소(대리점)→도매점→동네슈퍼’의 5단계를 취하고 있지만 물류센터가 가동되면 ‘생산자→물류센터→동네슈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로 줄어든다.
동네슈퍼가 SSM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졌던 주요인이 복잡한 유통구조였던 만큼 물류센터를 통해 중간 마진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SSM의 실질적인 대항마로 기대되는 물류센터사업마저도 본격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보고서가 나와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11월 현재까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업을 주도하는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간 세부안을 놓고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센터 건립사업을 추진한 지경부는 전국 8개 지역에 4만㎡(1만2000평) 이상 규모의 광역물류센터를 짓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반면 중소기업청은 전국 20개 지역에 1만㎡(약 3000평) 이상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중기청 유통물류담당 이청일 사무관은 “올해 말까지 (물류센터 건립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해서 예산 등을 확보한 후 내년 상반기 안에는 사업을 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