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법 통과, 진짜 중소상인의 승리일까?

SSM법 통과, 진짜 중소상인의 승리일까?

이정흔 기자
2010.11.17 10:11

[머니위크 커버]골목전쟁/SSM vs 골목상인 1차전

질문 1. SSM유통법이 통과되면 현재 재래시장 근처에 입점을 위해 공사 중인 SSM 매장은 오픈할 수 있을까?

질문2. SSM상생법이 통과되면 최근 논란이 됐던 'SSM 기습 개업'은 없어지는 걸까?

지난 11월9일 여야가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2008년 6월 SSM 유통법이 발의된 지 2년5개월여, 지난 4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지 7개월여 만이다.

473개→820개(가맹점 미포함). 지난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늘어난 SSM 점포(한국 체인스토어 협회 회원사 기준)의 개수다.

SSM규제법이 처리되기까지, 골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SSM은 2년새 2배 가까이 공격력을 높였다. 여기에 대항해 '골목'에서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중소상인들의 전투력 또한 2배 이상으로 격렬해졌다. 똘똘 뭉친 상인들은 낮에는 영업을 하고, 밤에는 불침번까지 불사했다.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골목 쟁탈전'이다.

극으로 치닫던 갈등은 SSM 규제법안의 처리와 함께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골목 쟁탈 1차전은 '골목 방어전'에 나선 중소상인들의 승리로 기운 셈이다. 그러나 승자의 상처는 깊고, 한방 맞은 패자의 암중모색과 2차전 반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SSM규제법, 대기업 골목 진출 일단 STOP?

이번에 합의된 SSM규제법은 두가지. 지난 10일 SSM유통법(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또 다른 쌍둥이 법인 SSM 상생법(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이 25일 처리를 앞두고 있다. 두 법안은 국회통과 15일 이내에 공표되며, 공표 직후 바로 시행된다.

SSM유통법은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는 직영 점포나 대형 유통업체의 체인점 형태의 대규모 점포 등 SSM에 대해 등록제를 적용, 3년간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반경 500m 이내에 출점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안이 발효되면 현재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입점을 준비 중인 SSM 매장들은 타격이 예상된다. 매장 개점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점포 부지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 건물주와 계약 파기가 쉽지 않아 임대료와 관리비 처리까지 떠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SSM법이 지난 4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7개월 동안 늘어난 SSM만 100여개”라며 법통과를 환영했다. 지경부는 SSM유통법이 시행될 경우 31.2% 정도의 SSM 규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소상공인진흥협회 관계자는 “전국에 재래시장이 1500개에 이른다”며 “법안 통과가 중소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SM유통법의 규제가 미치지 않는 곳은 25일 국회통과를 합의한 SSM상생법의 역할이 중요하다. SSM상생법은 대기업의 투자 지분이 51% 이상인 SSM 가맹점도 사업조정신청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동네 상인들과 분쟁이 일고 있는 SSM 점포들의 경우 사업조정신청으로 직영점 오픈이 연기된 기간 동안 이를 ‘가맹점’으로 전환, 오픈을 강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상생법이 통과되면 이 같은 프랜차이즈형 SSM 가맹점포까지 사업조정신청으로 규제를 받게 된다.

SSM유통법 통과에 이어 11일 중소기업청은 ‘SSM사업조정 시행지침’을 개정, 중소상인들의 골목 지키기에 힘을 실어줬다. 개정 지침안에 따르면 이미 사업조정이 신청된 SSM 직영점이 가맹점으로 전환할 때도 사업조정제도가 지속적으로 적용된다.

중소기업청 기업협력과 관계자는 “상생법만 통과되더라도 대단히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가맹점포를 규제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 가맹점까지 규제 대상으로 단속하겠다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SSM 측은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관계자는 “법의 테두리가 정해졌으니 따라갈 수 밖에 없지 않냐”며 “당장 어느 정도의 타격은 예상되지만, 한 순간에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니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시장논리는 어차피 소비자의 선택이고 무한 경쟁이다. 자율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며 “결국 마지막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 서비스 등의 부분에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SM 기습 개업’ 등 논란 여전

천신만고 끝에 1차전 승리를 거머쥔 중소상인들이 섣불리 축배를 들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SSM의 공격적 행보에 상당부분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그 허점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SSM상생법의 핵심인 사업조정신청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사업조정신청제도란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해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중기청은 '사업조정'이 신청된 사안에 대해 90일 이내에 '조정심의회' 심의를 거쳐 해당 대기업의 영업시간 제한, 생산품목이나 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할 수 있다. 조정심의회가 열리기 이전, 해당 대기업의 사업을 일시 정지할 것을 권고하는 일시정지 조치도 가능하다.

문제는 사업조정신청제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율적 합의’를 우선으로 하는 제도로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것.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 강상원 전문위원은 “사업조정제도는 사후규제보다는 사전규제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미 오픈한 SSM에 대해서도 사업조정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규제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SSM의 ‘기습 개업’ 등이 여전히 횡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SSM 측이 주변상인들의 사업조정신청을 기피할 목적으로 비밀리에 개점을 진행할 경우, 이미 개점을 마친 상황에서는 사업조정신청의 효과가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

이러한 틈새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서울시의회에서는 ‘SSM 사전예고제’ 조례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주요 내용은 SSM이 입점하기 전 인근 상업권에 미치는 사전영향조사와 함께 SSM 사업자가 입점하려는 지역과 시기, 규모를 사전에 서울시에 제출하도록 한 것. 서울시의회는 이를 SSM상생법과 같은 날인 25일 처리할 예정이다.

강 전문위원은 “사전예고제가 시행되면 SSM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규제가 안되는 부분까지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도 다른 지자체에서 문의가 꽤 있는 편이다. 서울시에서 사전예고제가 통과되면 다른 지역까지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SSM규제법의 소급 적용이 안 된다는 것 또한 허점이다. 때문에 법 발효 전에 서둘러 점포 하나라도 더 개점하려는 SSM을 둘러싸고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기습 개점으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같은 날 대구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입구에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개점을 시도하다 상인들로부터 저지당했다. 광주 풍암동에서도 같은 문제로 주변 상인들과 SSM이 대치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략기획팀 이윤철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양쪽 다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는 상황에선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법안으로 큰 틀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으니, 이제는 향후의 상황을 천천히 지켜보며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책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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