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사는 것보다 옵션 대박날 확률이 훨씬 높다던데요. 매주 로또 사는 것 그만 하고 이제 옵션 한 번 해 보려고요"
얼마 전 만난 한 증권맨이 제법 심각하게 건넨 말이다. 지난 11일 '옵션만기일 쇼크'로 풋옵션에 투자해 갑자기 돈방석에 올라 앉은 지인을 보니 어짜피 한 방, 보다 가능성이 높은 것에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실제로 여의도 증권가에선 증시 급락 속에서도 행운을 거머쥔 이들의 얘기가 끊임없이 회자됐다. '모 증권사 영업점 직원이 25억원을 벌었다더라'부터 시작해서 '내 친구는 이번에 1억원 투자한 게 300억원이 됐다더라', '최고 500배 수익도 났다던데 그게 누구냐'까지. 25억원의 주인공은 실제 300만원으로 4억원이 채 못 되는 돈을 벌었다지만 '대박 소문'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단일 외국계 자금의 대규모 차익거래 청산으로 옵션의 고수익이 크게 부각됐지만 냉철하고도 비정한 금융시장이 일순간에 도박장으로 변한 건 이번 사고 탓만이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선물옵션시장의 한탕주의는 만기일 결제지수 산정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당일 최종 약정지수를 결제지수로 산정한다. 반면 홍콩은 만기일 하루 거래량의 평균 가격을, 중국은 2시간 평균 가격을 산출해 결제지수로 적용한다. 짧은 시간 특정 세력의 매매로 지수가 흔들릴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한 것이다.
과거에도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결제지수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그러나 매번 선물옵션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묻혀버렸다.
물론 주식이든 선물옵션이든 어떤 상품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를 결정하는 건 투자자의 몫이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안전망 마련에 소홀한 채 그저 투자자들이 풍부한 지식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합리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믿는 건 안이한 발상이다.
지난 2001년 미국의 9.11테러 당시 풋옵션에 투자해 하룻밤에 120배 넘는 이익을 벌어봤다는 한 증권맨은 이렇게 회고했다.
"9.11테러로 여의도 증권가가 쑥대밭이 됐지만 전 바로 전날 풋옵션에 투자한 22만원이 하루만에 2700만원이 된 것을 보고 기쁨을 감추느라 혼났더랬습니다. 그 이후요? 옵션에 맛들여 줄기차게 투자했지만 결국 500만원만 남기고 손 뗐습니다. 한 틱 움직일 때마다 수백만원이 왔다갔다 하고, 만기일 마감가를 기대하는 통에 도무지 심장이 떨려 일을 못 하겠더군요. 제겐 너무 위험한 시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