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밸류에이션 따윈 묻지마"

[뉴욕전망]"밸류에이션 따윈 묻지마"

권성희 기자
2011.02.15 17:42

주가가 오를 때도 투자자는 갈등한다. 상승 모멘텀을 탈 것인가. 전통적 가치투자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참을 것인가. 현재 S&P500 지수는 올해 순익 전망치 대비 14배 수준. 아주 높다고 할 수 없지만 아주 낮다고 할 수도 없다.

비록 뉴욕 증시가 경기 회복 기조와 연방준비제도(FRB)의 지지를 바탕으로 확고한 상승세를 타고 있긴 하지만 가치 투자자의 입장에선 추가 매수하긴 상당히 고민되는 상황이다.

소셜 네트워크 기업인 페이스북과 징가, 트위터 등 비상장 SNS기업은 상장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이 고공행진을 하며 버블 논란도 일고 있다. 아하, 그렇지. 1990년대 말 IT 버블을 기억하자. 지금 주가수익비율(PER)은 적정 수준이다. 적당히 발을 빼자. 그런가. 과연 그런가.

◆"낙관이 심하다. 시장은 지쳤다. 조정이 임박하다"

여기 두 종류의 목소리가 있다. 우선 ‘소심한’ 가치 투자자의 걱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다.(‘소심한’이란 표현을 쓰긴 했지만 결코 가치 투자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안다.)

미국의 주요 투자레터를 꾸준히 추적해 분석하는 마켓워치의 마크 허버트. 그는 뉴욕 증시의 오래된 격언, “강세장이란 우려의 벽을 타고 올라간다”를 고민하고 있다. 지금 뉴욕 증시는 타고 올라갈 우려의 벽이 없는데도 계속 올라간다. 솔직히 별달리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은 현실이긴 하다.

경제는 개선되고 있고 지표가 이를 증명하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 같지 않으며 기업 실적은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1월 물가상승률이 예상했던 5.4%보다 낮은 4.9%로 나왔다.

그렇다면 뉴욕 증시는 타고 올라갈 우려의 벽 없이 무너지기 쉬운 낙관의 벽을 타고 붕붕 떠올라 버블 상태로 전이하는 것은 아닐까. 허버트는 한 가지 심리 지수를 제시한다. 나스닥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투자레터들이 추천하는 평균 주식 비중이다. 이를 허버트 나스닥 뉴스레터 심리지수(HNNSI)라고 하는데 허버트에 따르면 HNNSI는 2월 초 46.7%에서 최근에는 73.3%로 올랐다.

HNNSI가 마지막으로 이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 며칠 머물렀던 때는 지난해 4월말과 5월초였다. 그리고 얼마 뒤 그리스 재정위기를 빌미로 5~6월까지 이어지는 조정이 찾아왔다. HNNSI는 높을수록 나스닥 주식 비중을 확대하라는 뜻으로 낙관론이 팽배함을 나타낸다. 낙관론이 고조되면 역으로 시장의 조정은 멀지 않았다.

HNNSI는 지난해 11월초 살짝 80%를 넘어섰지만 곧바로 밀렸다. 이후 2주일간 60%까지 떨어졌고 그 때부터 3개월간 다우지수는 1000포인트가 추가 상승했다.

허버트는 HNNSI가 금세 떨어진다면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말에서 5월초처럼 일주일 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임박한 조정을 의미한다고 봤다. 결국 이번주가 문제다. 허버트는 최근 며칠 시장을 보면 매우 피곤해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밸류에이션은 집어 치워라. 고성장주는 시장의 아이돌이다"

이제 밸류에이션에 연연하지 말고, 심리에 연연하지 말고 모멘텀을 타라고 조언하는 낙관론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본인이 직접 주식에 투자하며 CNBC의 ‘매드 머니(Mad Money)’를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다.

그는 “가장 고통스럽게 산 주식이 때로 가장 수익성이 높다(The most painful buys sometimes are the most profitable)”라는 멋진 말을 던진다. 무슨 뜻인가. 한창 고속 성장하는 주식은 언제나 사기가 어렵다.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세를 타는 주식, 상승세를 타는 주식을 어렵게 매수했을 때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크레이머는 이런 고성장주에는 “하늘이 (주가 상승의) 한계일 뿐(The Sky’s the limit)”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고성장 주식은 개별 기업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주식시장의 신규 자금을 속속 빨아들이는 고성장 자산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매니저 입장에서 크레이머는 “펀드매니저들은 성장주를 찾아 헤매기 때문에 어떤 주식이 성장성을 갖고 있기만 하면 점점 더 많은 돈을 끌어들여 점점 더 높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의 계열사인 치포틀 멕시칸 그릴을 생각해보자. 펀드매니저들은 치포틀의 밸류에이션에는 관심 없다. 다만 현재 기업가치가 맥도날드의 10분의 1에 불과한 치포틀이 차기 맥도날드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것만이 관심이다.

크레이머는 치포틀을 비롯해 애플, 넷플릭스, ARM홀딩스 등을 이러한 “묻지마, 밸류에이션”이 가능한 고성장주로 추천하며 이들 주식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단 한가지만 이해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주식시장에는 종교가 있다. 성장주이다. 성장주는 시장에 들어오는 모든 신규자금이 숭배하는 아이돌이다.”

◆소매판매, 뉴욕 제조업 동향, 델컴퓨터가 재료

이번주 최대 이슈는 인플레이션이다. 일단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 테스트는 무난히 통과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오는 17일 발표된다. 15일엔 오전 8시30분에 1월 소매판매와 뉴욕 지역의 제조업 동향을 보여주는 2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공개된다. 오전 9시에는 해외 자본유출입 동향과 전미 주택건설업협회(NAHB)의 주택시장 지수가 나온다.

장 마감 후에 델컴퓨터가 실적을 발표한다. 한 때 PC업계의 혁명아였던 델은 최근 태블릿PC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혁명은 오히려 새로운 혁신의 걸림돌이 되는 것인지.

시장 영향력은 별로 없겠지만 워싱턴도 바쁘다.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메리 사피로 의장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 게리 젠슬러 위원장이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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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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