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연쩍은 사우디 '분노의 날'…단 한명 시위도 없어

겸연쩍은 사우디 '분노의 날'…단 한명 시위도 없어

권성희 기자
2011.03.12 16:08

사상 최대 규모의 강진이 일본을 덮친 가운데 지구촌을 긴장시켰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시위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조용히 끝났다.

시위는 다수 수니파의 장기 집권에 불만을 품은 소수 시아파가 몰려 살고 있는 동부 2개 도시에서 소규모로 시도됐다 별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제안됐던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의 시위는 단 한 사람의 참여자도 없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중동의 정치·사회적 불안이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분노의 날'로 명명된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소수 시아파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동부 지역 2개 도시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사우디 주요 유전 가운데 하나인 가와 인근의 알-호푸프에서는 시아파 500여명이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시위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 없이 10여명이 구속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시아파의 중심지 카티프에서 가까운 아야미야에서도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지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주목을 끌었던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는 금요일(11일) 기도가 끝난 뒤 시위가 전혀 없었다. 단 한 사람도 시위자는 없었다. 게다가 밤에는 천둥을 동반한 비까지 내렸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통해 리야드에서 시위할 때 모이자고 제안됐던 불만처리 사무소에는 단 한 사람만 방문했다. 그는 WSJ 기자에게 다가와 사우디를 부패한 경찰국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몇 분 후 사우디 경찰들에게 에워싸여 붙잡혀 갔다.

페이스북에 시위 장소로 거론된 곳에는 경찰차 수십대와 헬리콥터 두 대가 동원돼 대기했으나 어떠한 시위 시도도 없었다.

이날 기도가 끝난 뒤 수백명의 경찰들이 리야드 거리 곳곳을 수색했고 특히 리야드 중심가인 올라야에서는 경찰들이 지나는 차량을 일일이 검사하기도 했다.

이날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는 오는 18일을 다시 '분노의 날'로 지정하고 대규모 시위에 나서자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중동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실제 시위가 일어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리야드의 한 정치 분석가는 "약속한 날 리야드에서 시위 시도조차 없었다는 사실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을 것"이라며 "강화된 경찰력이 사우디 정부의 강력하고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며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시위가 실패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사우디 동부에서 여전히 시위가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 정치 개혁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모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루 전인 10일 사우디 동부 카티프에서 200여명의 시아파가 시위를 벌였을 때는 고무총을 발사하기도 했다.

한편,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분노의 날'은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며 "이날은 오히려 왕에 대한 '충성의 날'로 불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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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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