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親존재감' 루비족의 중년 본색

'美親존재감' 루비족의 중년 본색

문혜원 기자
2011.04.11 10:53

[머니위크 커버]뉴 시니어 뉴히어로/ 지갑을 열어라

"예쁘고 발랄하게" 50대의 나이에도 상큼한 아줌마 고은아는 '쇼핑퀸'이다. 남편과 쇼핑을 위해 백화점에 갈 때면 우선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으로 달려간다. 남들보다 10년은 어려보이는 얼굴의 그녀는 눈 옆의 주름살 하나 허투루 보지 않는다.

"요즘 며느리가 속을 썩여서인지 눈 옆에 주름이 하나 더 늘었지 뭐야." 판매원의 추천에 따라 주름방지 아이크림과 피부 탄력을 높이는 리프팅 크림을 산다.

날씬한 몸매는 그녀의 자존심. 덕분에 20, 30대가 입는 영캐주얼도 소화할 수 있다. 절대 마담의류코너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그녀는 세련 그 자체다. 덕분에 '품위 유지비'에 나름 투자가 많은 편.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비타민과 오메가3 등 영양제를 구매하고, 주말을 위한 등산을 위한 가벼운 트래킹화와 아웃도어 등 두둑한 쇼핑가방을 들고 나서야 비로소 발걸음도 가볍게 백화점을 나선다.

과거 자신은 가꿀 여유도 없이 남편과 자녀를 살아온 이들이 과거의 어머니상(像)이었다면, 요즘 어머니들은 조금 다르다. TV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엄마가 뿔났다>에서 장미희가 연기한 '고은아 신드롬'이 그 원조격. 아줌마 같지 않은 아줌마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탄생된 신조어가 루비(RUBY)족. 신선하고(Refresh), 평범치 않으며(Uncommon), 아름답고(Beautiful), 젊어 보이는(Young) 40, 50대 여성을 일컫는다. 이런 '젊게 사는' 뉴시니어 열풍은 비단 여성들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중년남성을 가르키는 골드파파족, 아름다운 중년을 이루는 미(美)중년 신드롬 등 강한 전파력을 띠며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 쇼핑 큰손, 뉴시니어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50대 이상 뉴시니어들의 매출이 매년 두자릿수 이상으로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롯데카드와 롯데멤버스카드를 분석한 결과 2011년 1~3월까지 50대 이상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8.7%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매출 신장률(22.5%)보다 6.2%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영캐주얼 의류의 매출 신장률이다. 20~30대를 주고객으로 하는 영캐주얼 의류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6.1% 신장하였지만, 40~60대를 대상으로 하는 영캐주얼 의류의 매출은 20%넘게 쑥 올라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이들을 준거집단(準據集團, 자기의 행위나 규범의 표준으로 삼는 집단)으로 삼는 사고방식이 유연한 뉴시니어 고객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 롯데백화점 내 영업중인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에스티로더, 시슬리의 경우 전체 매출의 30~40%를 50대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피부재생이나 탄력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로 중년 고객들을 사로잡는다.

이를 기반으로 롯데백화점은 오는 4월19일 시니어 고객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니어 토탈 편집샵(가칭)'을 오픈한다. 약 80m²의 크기에 건강용품, 패션용품, 웰빙용품 등 세가지 테마 상품군을 구성한다. 중년층 고객을 위한 가발 및 노화방지 전문 화장품, 한방 비누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뉴시니어는 의류에도 기존 시니어와 다른 트렌드를 일으키고 있다. 30대 감성의 디자인을 표방한 패션브랜드 르베이지는 중년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뉴시니어 시장을 공략해 매출이 2009년 120억원, 2010년 300억원으로 급성장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제일모직이나 LG패션 같은 패션 기업은 앞다퉈 중년층을 겨냥한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려 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르베이지와 함께 니나리치가 중년층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LG패션은 지난 1월엔 이태리 브랜드 막스마라 직수입을 체결했다.

패션업계에서 뉴시니어의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건 역시 아웃도어시장. 경영컨설트회사인 티플러스의 김희준 팀장은 "최근 들어 아웃도어시장이 크게 신장하고 있는데 중년층의 구매가 높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평상시에도 착용이 편한 아웃도어를 선호해 패션업체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장은 50대 고객의 구매 금액이 전년대비 20% 증가했다.

아웃도어 매장의 한 관계자는 "중년층 고객은 2~7일 소요되는 종주보다는 당일이나 무박2일정도의 가벼운 산행을 선호해 이에 걸 맞는 의류, 신발의 매출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사이즈가 없는 스틱과 무릎보호대는 선물용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게임회사도 뉴시니어 층으로 마케팅을 넓히고 있다. 닌텐도는 자사의 상품 '닌텐도 위'의 광고에서 게임회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시니어 모델을 등장시켰다. 닌텐도 위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헬스케어가 이들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이 10~20대를 타깃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박정연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업들은 중년들을 겨냥해 보다 연령이 높은 층을 타깃하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소외시됐던 의류업에서 이들을 겨냥한 성공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연정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 실버세대에게 은퇴와 노후는 인생의 황혼기 즉 내리막이었지만, 뉴시니어세대에게는 새로운 삶의 준비와 시작이라는 가치를 지닌다"며 "이들은 자신의 노년에 대해 가꾸고 투자할 의지가 있는 세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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