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사태? 실리콘밸리를 보라

카이스트 사태? 실리콘밸리를 보라

권성희 기자
2011.04.12 15:36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이자 미래인 카이스트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현재, 논쟁의 초점은 오로지 카이스트의 경쟁 체제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카이스트 문제를 근본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한국 사회의 기술인력 경시, 기초과학 전공자 외면이라는 과학기술 인력에게 냉혹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12일 미국의 투자 사이트 '마켓워치'에는 기술인력이 각광 받는 미국 상황을 전하는 기사가 실려 카이스트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의 과학기술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기사의 제목은 '애플과 구글의 고임금이 투자자들의 큰 걱정거리'이다. 기사의 내용은 최근 기술기업들이 고급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기술 인력들의 몸값이 치솟고 이 결과 기술기업들의 연구개발 및 일반 관리비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모바일 개발자, 상품 매니저, 인터넷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등은 부르는게 몸값이다. 이처럼 미국 기술기업들이 고급 기술인력 확보에 목을 매는 것은 좋은 인재가 곧 기업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3월에도 전체 실업률이 8.8%, 청년 실업률이 18.9%에 달했다. 하지만 유독 기술인력만큼은 심각한 구인난이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 디자이너 등을 전공한 인력은 온갖 인센티브를 보장 받으며 원하는 급여로 기술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

예를들어 세계 최대의 검색사이트 구글은 지난해 연구개발비와 일반 관리비에 85억2000만달러를 썼는데 대부분이 인건비와 직원 복리후생비로 나갔다. 또 구글은 지난해 임금을 10% 올렸는데 임금 인상분만 거의 8억5000만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마켓워치는 추정했다.

미국 기술기업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에는 "어떤 신생기업이든 가장 중요한 자산은 매일 퇴근 무렵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는 오랜 격언이 전해져 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가는 인재야말로 신생 벤처기업의 최고 자산이란 얘기다. 벤처캐피탈들이 거금을 척척 투자하는 것도 벤처기업의 인재 때문이다.

현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롤라 모빌리티 홀딩스 등을 비롯한 적지 않은 기업들이 법정에서 모바일 기술 특허권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소송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 역시 특허기술을 개발한 인재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좋은 엔지니어를 구하지 못하면 어떤 기술기업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상품이나 특허를 얻을 만한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기술인력의 수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같은 미국 대표적인 기업들조차 현재 핵심적인 위치의 엔지니어를 3~6개월 가량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3~6개월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제조업체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치명적으로 중요한 기간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경기 침체 때도 기술인력의 연봉은 5~10%가량 올랐다. 아직 지난해 임금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마켓워치는 기술인력의 임금 인상률이 10%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취업정보 사이트인 FINS도 기술기업 인력 채용 사이트인 다이스닷컴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플랫폼 등과 관련한 모바일 개발자를 구하는 요구가 3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카이스트의 고급 기술인력들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거나 공학과 기초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오라는 곳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카이스트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환경 자체가 기술인력을 경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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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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