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콧대높은 美애플 매장

[기자수첩]콧대높은 美애플 매장

강미선 기자
2011.04.19 09:43

"내일 다시 와보세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센추리시티 쇼핑몰 내 애플스토어. 출장길 지인의 부탁으로 점심 무렵 '아이패드2'를 사러 갔지만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매장 직원은 "아침 9시 문을 열자마자 당일 입고된 물량이 모두 팔린다"며 "내일 영업시작 때 다시 와보고, 없으면 어쩔 수 없다"는 싸늘한 답변을 들려줬다.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거나 현재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낯선 타지에서, 한국 전자제품 매장과 사뭇 다른 직원의 고자세에 적잖이 불쾌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진열된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던 한 손님은 당황해 하는 나를 보며 자기도 며칠 째 못 샀다는 위로의 말을 던졌다. 아이폰, 아이팟 등 웬만한 애플제품은 다 갖고 있다고도 했다.

헛걸음하는 손님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매장을 둘러보며 머문 30여분 동안 어린 학생부터 머리 희끗한 노인까지 10여명이 점원으로부터 같은 대답을 듣고 터벅터벅 돌아갔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센추리시티 쇼핑몰 내 애플스토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센추리시티 쇼핑몰 내 애플스토어

애플스토어가 위치한 센추리시티는 금융가와 고급 호텔, 백화점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의 승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다.

앉아서 숨 한번 돌릴 만한 의자 하나 없이 진열대 위 제품들만 빼곡했지만 애플 매장은 사람들로 내내 북적였다. 내가 너무 한국형 서비스에 익숙해진 것일까. 뻣뻣한 자세로 손님들을 지켜보는 점원들의 태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대로라면 아쉬운 사람은 물론 손님이다. 하지만 '아이패드2'는 초기 공급량이 부족한 것일 뿐 희소가치가 크거나 큰마음 먹고 사야할 정도로 값비싼 명품이 아니다.

푹신한 의자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상냥한 직원들, 가끔 서비스라며 생활용품도 덤으로 안겨주는 한국의 전자제품 매장이 애플만큼 사람들을 잡아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패드'의 제품력뿐만 아니라 '애플'이라는 브랜드 파워 때문일 것이다. 폐쇄적인 서비스 정책으로 비판을 받으면서도 애플 마니아층은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IT회사들이 브랜드가치 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 마니아가 아닌 나 같은 손님은 애플 매장을 방문한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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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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