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일본 대지진 여파로 급락했던 지난달 16일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 모두 1.1% 떨어졌다. 특히 S&P500 지수는 1305.14로 마감해 1300선에 근접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S&P는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 노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부족하다며 2년 내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3분의 1이라고 밝혔다.
디어본 파트너스의 이사 폴 놀티는 S&P의 등급 전망 하향이 "재정적자 축소와 국가 부채 처리를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켰다"며 "이제 적자와 부채 문제는 미국 일반 근로자들까지 주목하는 현안이 됐다"고 말했다.
놀티는 S&P의 이번 조치로 미국이 트리플-A 등급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며 어느 순간 미국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이 전세계 외환보유 통화로서 지위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S&P 등급 전망 하향에 투자자 상대적으로 차분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튜어트 호프먼은 S&P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 채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신용 전망 하향이 부분적으로는 자기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마도 S&P는 또 다시 신용등급 조정이 필요할 때 두 손 놓고 자기 할 일을 못했다는 비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CNBC는 시황 기사에서 "부활절과 유월절 휴가를 앞두고 S&P의 등급 전망 하향에 대한 시장 반응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시장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며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이미 휴가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아멕스, 나스닥에서 거래량은 78억3000만주로 지난해 일평균 거래량 84억7000만주를 밑돌았다. 다만 이날 거래량은 지난주에 비해서는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메리디언 에쿼티 파트너스의 조 그레코는 초고속 매매(High Frequency Trading)을 감안할 때 "매도자가 많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시장을 지지할만한 매수자도 많지 않았다"고 말해 전반적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CNBC는 아울러 S&P의 등급 전망 하향이 전문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레코는 CNBC와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의 채권 펀드인 핌코는 이미 미국 국채 비중을 지난 3월 대폭 줄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요령 있는 머니매니저들은 이미 등급 전망 하향 가능성에 대비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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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재드 자산관리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론 키두도 "투자자들이 등급 전망 하향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본다"며 "다만 막상 조치가 이뤄지자 시장으로 약간의 파장이 퍼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VIX도 낮은 수준..투자자 패닉은 없었다
시장이 신용 전망 하향이란 악재에 호들갑을 떨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투자자들의 두려움 정도를 보여주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 VIX는 17로 10.7% 오르는데 그쳤다. VIX는 초반 24.5% 급등하며 지난 2월22일 이후 최대폭으로 오르다 상승률을 줄였다. VIX는 30선을 넘어서야 투자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컬럼비아 매니지먼트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데이비드 조이는 "시장 위험이 높아진 이후에도 VIX가 낮게 유지되며 만족감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TD 아메리트레이드의 수석 파생상품 전략가인 J.J. 키너한은 이날 증시가 하락했지만 S&P500 지수가 여전히 오랫동안 지지해왔던 1275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아직은 패닉(공황)의 버튼을 누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채수익률이 등급 전망 하향 조치에도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도 예상 외다. 국채수익률은 S&P의 전망 하향 조치가 발표된 후 급등하다 오후들어 하락 반전했다. 그만큼 S&P 조치에 미국 금융시장이 무덤덤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럽 부채 문제도 걱정..거시에 묻혀 버린 실적 호재
뉴욕 증시는 S&P의 조치가 나오기 전에 이미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이 기정사실화하고 중국이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앞으로 계속될 긴축을 예고하면서 큰 폭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 같은 거시경제적 악재들로 씨티그룹, 핼리버튼, 일라이 릴리 등의 긍정적 '깜짝 실적'은 묻혀 버렸다.
샌디에고 주립대학 재무교수인 댄 시버는 시장이 상당폭의 상승세를 이어온 뒤 조정의 빌미를 찾고 있다며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며 모든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가운데 미국이 최고 등급을 잃을지 모른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때 200포인트 가량 미끄러졌던 다우지수가 140포인트로 낙폭을 줄이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중 저점을 극복하고 완만하게 올라가는 모습으로 거래를 마쳤다.
오후 들어 낙폭을 가장 많이 줄인 업종은 기술주와 소비 필수주였다. 기술주는 0애플과 퀄컴, 아카마이 텍의 강세로 0.7% 하락하는데 그쳤다. 지난주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슈퍼마켓 체인점 수퍼밸류가 강세를 보이면서 소비 필수품 업종도 올랐다.
뉴욕 증시는 다음날 존슨&존슨과 IBM, 인텔 등의 실적 발표를 맞는다. 디어본 파트너스의 놀티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주당 순이익이 1.50달러냐, 1.49달러냐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의 실적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뉴욕 증시에서 앞으로 가장 걱정스러운 요인은 오는 6월말에 종료되는 2차 양적 완화다. 미국의 유동성 공급이 끊겼을 때 시장의 반응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히려 등급 전망 하향보다 투자자들의 잠재적인 걱정거리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