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30억은 돼야 헤지펀드 고객"

"금융자산 30억은 돼야 헤지펀드 고객"

여한구 기자
2011.04.29 07:20

[헤지펀드, 약인가 독인가]①투자자 범위 등 논란 여전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금융시스템 선진화 차원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빗장을 풀기로 방침을 정했다. 5월 중에는 정부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하반기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이 이뤄지면 내년초부터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이 있지만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시각과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헤지펀드. '금융상품의 꽃'으로 불리는 헤지펀드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를 시리즈로 진단한다.

왜 헤지펀드인가?

헤지Hedge)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보유 중인 위험자산의 가격변동을 제거하는 행위'다.

하지만 '헤지' 단어가 '펀드'와 결합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헤지 펀드는 '매우 위험한 상품'으로 인식돼 왔다.

금융선진국에서는 헤지펀드에 관한 규제가 거의 없다. 헤지펀드가 다수 투자자가 참여하는 공모가 아닌 소수의 고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사모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통상 헤지펀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상황과 무관하게 연간 10% 이상의 절대수익률을 올리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투자 대상이 제한된 기존 펀드나 랩과는 달리 주식, 채권, 통화, 선물옵션 보다 투자범위가 넓고, 레버리지(돈을 빌려 자기 자본보다 더 많이 투자하는 것)와 공매도 등의 다양한 투자기법이 활용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1만여개의 헤지펀드 회사가 존재하고 이들이 굴리는 자금은 2조 달러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7년부터 헤지펀드 도입을 준비해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헤지펀드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었다.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됐지만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완화는 이뤄지지 못했고, 올해 들어서 다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시장도 간접투자 흐름이 '펀드→랩→헤지펀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전 준비를 해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잔칫상만 기다리다가 굶어죽을 수 있는 우려를 범할 수 있다"며 "일정보다 도입이 늦어진만큼 최대한 도입 시기를 앞당기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범위 어디까지 풀까

미국처럼 규제가 완전히 없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헤지펀드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지 않는다면 걸음마 단계인 한국시장이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운용이 가장 자유롭다는 미국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호가를 내도록 한 '업틱룰'(uptick rule)과 네이키드 공매도(주식 현물을 보유하지 않고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는 제한하고 있다.

관건은 안전장치의 '최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늘릴 것이냐 하는 점이다.

시장전문가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규제완화의 핵심은 △투자자 범위 △공매도 범위 △레버리지 범위 등 3가지로 압축된다.

당국이 헤지펀드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만큼 진입 규제는 대폭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사는 물론이고 증권사, 투자자문사도 헤지펀드 운용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당국은 헤지펀드 난립에 따른 시장 혼선을 막기 위해 적정한 자본규모와 인력, 자산규모를 제시할 방침이다.

공매도의 경우는 미국도 네이키드 공매도와 업틱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레버리지 규제는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현재 일반사모펀드는 10%, 적격투자대상사모집합투자기구는 300%, 전문사모펀드(PEF)는 200% 까지만 레버리지가 허용돼있다. PEF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보고펀드를 예로 들 수 있으며 적격투자대상 사모집합투자기구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펀드 재산 50% 이상 투자해야한다는 규정 때문에 사실상 전무하다.

당국은 헤지펀드 인가를 받으면 레버리지를 40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헤지펀드 회사의 평균 레버리지 비율이 260% 정도라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도 긍정적이다.

가장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일반투자자 범위다. 현재 자본시장통합법은 전문투자자 범위 중 개인은 50억원 이상의 금융투자자산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한다. 당국은 '적격투자자' 개념을 도입해 고액자산가에게 헤지펀드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관련 공청회에서 제시된 안은 '금융투자자산 5억원,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고액자산가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투자자산이 5억원 이상이면 금융자산이 30억원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헤지펀드로 손실이 나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투자자 피해를 걱정하는 이들은 '5억원' 기준은 지나치게 낮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기관에서는 헤지펀드가 초기에 활성화되려면 다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투자자 참여 규모도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는 일반투자자는 50인 미만까지만 사모펀드 가입이 허용돼 있지만 업계는 가입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이상적으로는 헤지펀드 상품의 구조가 다양화되는게 좋지만 시장 쏠림에 대한 우려도 큰 만큼 초기 시장상황을 지켜본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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