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스마트워크 시대/ 달라지는 직장문화
'모바일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유연한 근무형태.'
스마트워크의 사전적 정의다. 기업들이 앞 다투어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며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워크란 게 정확히 모바일 업무처리를 말하는 건지 재택근무를 말하는 건지, 아리송하기 만하다.
지난 2010년 9월부터 운영 중인KT(68,900원 ▲3,000 +4.55%)분당 본사의 스마트워킹센터를 찾았다. KT는 전 직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모바일 솔루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워크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난 4월부터는 직원 2만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스마트워킹을 실시 중이다. 전직원수는 3만2000명이지만 IT관련 모니터링 등 업무 특성상 몇몇 직종을 제외하면 거의 전 직원이 스마트워킹에 참여하는 셈이다.
KT 본사 1층 한켠에 마련된 스마트워킹센터는 예상보다 넓은 규모는 아니었다.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기자의 상상 대신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깨끗한 책상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벌집 모양의 칸막이가 전부였다. 여기에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고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quiet room’가 화상회의를 위한 ‘회의실’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이곳에서 실제 이들의 스마트워킹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스마트워킹 중인 직원들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져온 ‘생활의 변화’를 들어보았다.

◆메신저 껐더니, 만족도는 UP
‘메신저 대신 메일로 업무 사항을 주고 받을 것!’
KT가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며 내려온 지시사항 중 하나였다. 예상할 수 있듯 직원들 사이에서는 적잖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응이 즉각적인 메신저 대신 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번거롭지 않을까 하는 불평이었다. 그러나 요즘 KT직원들은 “메신저를 껐더니 진짜 스마트워킹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도대체 메신저와 스마트워킹이 무슨 관계가 있길래?
“집에서 일한다고 스마트워킹은 아니잖아요. 스스로 자신의 업무 스케줄을 관리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인데 메신저로 출퇴근 상황을 체크 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더 늘겠죠. 이젠 메일로 업무 보고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그런지 불편한 건 없어요. 메신저는 진짜 동료들과 수다 떨 때만 사용하는 정도랄까요?”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마라!" KT 정찬웅 인재경영실 팀장은 스마트워크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먼저 던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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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말이 단순히 ‘집이든 바닷가든 일하는 장소는 상관없다’는 뜻만은 아니다. 직원 스스로 자신의 업무 스케줄을 관리하도록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얘기. 스마트워크를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업무 형태가 아니라, 일하는 문화의 변화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육아휴직 후 업무에 복귀하며 스마트워킹을 신청했다는 김OO 대리. 그는 “사무실에 출근하면 모유 유축을 위해 잠깐 짬을 내는 데도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다”며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눈치 보지 않고 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데 불안함이 없으니, 업무에도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맡은 업무 특성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기에는 집중도가 요구되는 일이라면, 집 근처의 스마트워킹센터로 출근하면 된다.
그 옆에서 근무에 열중하던 조OO 부장은 목동에서 분당까지, 매일 꼬박 2시간씩 걸리던 출근길 부담을 덜었다. 그는 “출퇴근 피로감만 줄어들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 좋다”며 “집에서 일하면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은데, 아내도 출근하고 아이들도 학교 간 뒤 혼자 일을 시작하면 더 몰입이 잘되는 편이다”고 밝혔다.

◆근무 평가? “보고서만 봐도 다 압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궁금증이 생긴다. 팀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떤 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걸까?
박OO 차장은 “그래서 초창기에는 내가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화상 회의를 걸거나 컨퍼런스 콜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특히 팀장급 등의 중간관리자들의 방황(?)이 많았다고. 괜스레 팀원들의 업무 진행 사항을 확인한다거나, 임원들에게 수시로 화상 회의를 걸어 업무 사항을 보고 하는 식이다.
정 팀장은 “그만큼 팀장과 팀원들 사이에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실현 가능한 것이 스마트워킹 문화다”며 “지금은 자연스레 평가 자체도 철저하게 업무성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최근 KT에서 개발, 도입한 위드(with) 프로그램. 이곳에 접속하면 KT직원들이 현재 어떤 업무를 부여 받아 어떻게 수행하고 있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 올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같은 팀 직원뿐 아니라 다른 팀 직원의 업무 진행 상황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정 팀장은 “처음엔 혼선을 겪은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직원들의 업무 결과만 보더라도 이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 했는지 한눈에 다 파악된다”며 “직원들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웃어보였다.
회의 방식 또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전 직원들에게 아이패드 지급 후 페이퍼리스 회의가 당연해진 지는 이미 오래. 대부분의 회의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상이나 컨퍼런스콜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실제로 이날 또한 스마트워킹센터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에서는 직원들 몇몇이 문서를 띄워놓은 채 화상회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조 부장은 “처음에는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 하는 게 어색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며 “다만 아무래도 화상회의가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긴 하다”고 덧붙였다.

◆회식의 종말? 얘깃거리 풍성
집이든 스마트워킹센터든 각 팀원들이 흩어져서 일을 한다면, 팀원들끼리의 관계 또한 달라지지 않았을까? 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서 ‘가끔 얼굴 보는’ 사이가 됐으니, 예전보다 데면데면해질 법도 하다. 그러나 직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예상을 벗어났다.
김 대리는 “오히려 직원들마다 개인생활에 여유를 찾다 보니 오히려 업무 외에도 얘깃거리가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김 대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육아 고민 등을 털어놓으며 동료들과 더 친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우가 늘었다. 커피 한잔 마시며 수다를 떠는 대신,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졌다. 누구는 넉넉해진 저녁시간에 재즈댄스를 배우러 다닌다는 둥, 누구는 가족들과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둥 수다가 마를 틈이 없다.
스마트워킹을 위해서는 팀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번 진행하더라도, 언제 재택근무를 하고 회의 참석이 가능한지 서로 스케줄을 맞추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상대에 대한 배려가 늘어났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스마트워킹센터에서 근무를 하며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여러 부서의 직원들과 마주치다 보니, 다른 부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 팀장은 “최근에는 스마트워킹이 아니어도 저녁회식은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팀원들끼리 시간을 맞춰 점심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팀워크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팀원 모임을 개최하는 등 함께 보내는 시간은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스마트워크센터 문 연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새롭게 문을 연삼성전자(190,100원 ▲100 +0.05%)의 스마트워크센터가 관심을 얻고 있다. 서울과 분당 두곳에 마련된 원격근무센터를 통해 의무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본격적인 스마트워크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상 워크스마트 캠페인은 오래 전부터 단계별로 진행돼 오고 있는 중이다”며 “2009년 자율출근제를 실시한 데 이어, 이번 스마트워크센터는 공간적인 개념에서 스마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출근제는 새벽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출근해서 식사 시간 포함 9시간 일을 하면 제도다. 자신의 업무 특성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특히 해외 관련 업무를 하는 곳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 내부에는 넓은 책상마다 벌집 모양의 칸막이를 둘러쳐 독립적인 사무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직원들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화상 회의 시스템, 회의실 및 여성 임직원을 위한 수유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 중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신청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자유로운 시간에 스마트워크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재택근무, 원격근무 신청자는 현재 30여명 정도.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2012년 중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시범 운영 단계로 오픈 일주일을 맞은 이곳은 아직 그리 활성화됐다고 보긴 힘든 것이 사실이다”며 “특히 워킹맘들이 가정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굉장히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