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주들이 기업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6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주주들이 경영진 보수에 찬반 투표할 수 있는 보수에 대한 주주 발언권(say on pay) 규정이 도입된 후 주주 절반 이상이 경영진 보수 지급안에 반대한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주총회 의안 분석과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조언하는 기관인 기관투자자 서비스(ISS)에 따르면 주주들의 찬성 비율이 70%가 넘어야 경영진의 보수안이 신뢰 수준을 넘는 지지를 받는다고 평가된다.
기업 보수와 관련한 컨설팅회사인 클리어브리지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12개 기업이 경영진 보수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반대표가 30%를 넘었다.
PC제조업체인 휴렛팩커드와 건설회사 제이콥스 엔지니어링은 주주 절반 이상이 경영진 보수안에 반대했다. 종자 개발을 포함한 종합 농업회사인 몬산토와 자산운용회사인 노던 트러스트는 경영진 보수안에 대한 주주 찬성비율이 70%를 넘지 못했다.
ISS에 따르면 러셀30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가운데 2300개사가 올해 주주총회를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39개사는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가 절반이 넘었다. 188개사는 찬성 비율이 70%를 넘지 못해 경영진 보수안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셀3000 지수는 시가총액 1위부터 3000위까지 기업을 포함하는 지수다.
경영진 보수안에 대한 찬반 투표는 올 주주총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이 지난해말 의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 1월에 최소 3년마다 한번씩 기관투자자들이 경영진의 보수에 대해 찬반 투표를 실시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경영진 보수에 대한 찬반 투표는 최소 3년마다 한번씩 주주총회에서 실시하되 주주들이 원하면 매년 실시해도 된다. 기업이 경영진 보수안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경영진 보수에 대한 찬반 의사를 표현할 기회를 부여하고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경영진 보수 지급 관행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휴펫팩커드는 최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스탠리 블랙&데커와 프리포트-맥모랜은 ROE가 플러스임에도 경영진 보수에 대한 반대가 절반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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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은 경영진 보수에 대한 투표에도 적극적이다. 몬산토의 경우 경영진이 기업 실적과 경영진 보수 프로그램에 대해 좀더 면밀히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투표를 3년마다 실시하자고 제안했으나 주주 62%가 1년마다 실시하기를 원했다.
에어 프러덕츠&케미컬, 제이콥 엔지니어링, 우드워드 등도 주주 과반수 이상이 경영진 보수에 대한 투표를 매년 실시하는 쪽에 지지표를 던졌다.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경영진 보수 지급 관행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AT&T와 월트 디즈니, 오피스맥스는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만 경영진의 보수에 부과되는 세금을 기업이 대신 내주기로 했다. 미국 대기업들은 보수에 부과될 세금까지 감안해 경영진의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GE는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조건을 강화하고 행사 가능 시기도 늦췄다.
6개 기업은 경영진 보수안에 대해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가 절반이 넘자 주주들이 경영진 보수 지급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