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봉책의 기회비용

[기자수첩]미봉책의 기회비용

권다희 기자
2011.07.18 14:24

지난해 봄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위기의 불길이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지난주에는 급기야 이탈리아로까지 번졌다. G7 멤버인 이탈리아의 침몰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넘어서는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유로존에서 그칠 '찻잔속의 태풍'이 어느새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메가톤급 핵폭풍으로 발달한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유럽 정부들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도 독일과 유로존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 간 이견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민간 채권단이 부채 부담을 일부 지고, 그리스 채권을 유럽재정안정기금으로 다시 사는 선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위기는 같은 통화권이나 다른 주권 국가라는 특수한 구조와 더불어 매 고비를 미봉책으로 넘겼던 당사자들의 안일함이 빚어낸 '인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실이 자명함에도 '유로존 국가의 디폴트는 없다. 왜냐하면 유로존 국가들이 그런 사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 순환논리가 지난 1년여 간 팽배해 있었다.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선택을 서로 떠미는 동안 채권을 발행할 능력이 없는 그리스에 채무 만기가 돌아왔고 EU는 다시 유보해뒀던 숙제를 풀기 위해 쩔쩔매고 있다.

이처럼 근거 없는 낙관론과 위기에 대한 집단적인 둔감함은 대서양 건너편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조금 더 '당당하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미 국채 금리를 볼 때 전 세계 투자자들은 미국의 채무 문제를 다룰 수 있을만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력을 보유한 나라의 재무 수장이 밝힌 근거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논리다.

미 국채를 대체할 자산이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다. 미국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경고음이 날이 갈수록 크게 울리는 가운데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나 미봉책으로 덮어둔 시간동안 문제는 더 자라난다. 빚이 늘어나 발생한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빚을 줄이고 갚을 능력을 키우는 것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연방 정부 채무를 두고 미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지리멸렬한 싸움은 놀라울 정도로 속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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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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