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4월.
중형 증권사인 A사가 갑자기 강남대로 지점을 폐쇄했다. 실적부진이 이유였다.
인근에 지점이 있는데다 같은 달 강남지역에 PB센터가 신설되긴 했지만 워낙 전격적인 지점 폐쇄여서 사내외 이목이 집중됐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서 지점 폐쇄를 둘러싼 윤곽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다.
A사 강남지점 실적이 갑자기 급락한 것은 지점 폐쇄 직전, 큰 손 고객들이 집단으로 이탈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점을 떠난 고객들은 바로 ELW 스캘퍼(초단타매매거래자)들이라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당 몇백원의 이익만 나도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스캘퍼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초우량 고객이었다. 문을 닫은 A사 강남대로지점도 사실상 이들이 먹여 살렸다.
역설적이게도 A사는 스캘퍼의 이탈과 강남대로지점 폐쇄로 인해 6월 말부터 본격화된 ELW 부당거래 수사 폭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무려 12개 증권사 사장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는 것을 지켜본 A사의 사장을 포함한 관계자들로서는 '전화위복'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법하다.
비단 A사 뿐 아니라 검찰 수사의 칼날을 비켜간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운좋게 이번 폭풍을 피해갔다고 희희낙락하고 있을 일은 아닐 것이다.
회전율을 높여 매매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고객의 주식을 끊임없이 사고 파는 고전적인 브로커 영업 행태가 'ELW'라는 새로운 상품을 통해 나타났다는게 증시 안팎의 지적이다.
기소된 증권사 사장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ELW 논란'은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초호화 변호인단으로 방어진을 구성한 증권업계가 시장을 사법적 잣대로 판단하려는 검찰의 공세를 벗어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재판결과를 떠나, 눈앞의 수수료 수입에만 급급해하는 천수답식 영업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ELW사태'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 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