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9%대에서 경기 침체 진입은 2차 대전 후 전무… 부양 정책도 손발 묶여
미국 경제가 다시 경기침체에 빠져들 경우 지난 경제위기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2007년 12월 본격화 된 지난 경제위기 당시보다 고용, 소득, 생산, 산업생산 등 모든 부분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이 훨씬 더 취약한데다 경제성장률도 바닥을 다지지 못한 채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국이 지난 위기 때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적 수단들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대안이 이제는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콘래드 드콰드로스 RDQ 이코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경기 침체의 여파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 다시 경기침체에 들어설 경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유럽이 여전히 역내 국가들의 부채 위기로 고전하며 불안과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등급 강등 발발 다음날인 6일 "미국의 긴급한 임무는 경제를 확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 장관도 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장기적이고 지속불가능 한 재정 상황으로 인해 할 일이 매우 많다"며 "미국 국민과 경제의 재생 능력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이트너의 기대와 다르게 지표들은 좋지 못하다.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 4년이 흐른 동안 민간 노동 인구는 3% 늘어났다. 경제가 건강하다면 일자리 역시 최소 같은 비율로 늘어나야 했으나 현재 일자리 수는 경제위기 발발전보다 5% 줄어든 680만 개며, 5%였던 실업률은 현재 9.1%다.
현재 일자리를 갖고 있는 미 국민들 중에서도 많은 수가 예전보다 적은 시간 일한다. 전형적인 민간 부문 근로자들은 주 당 근로 시간이 4년 전 보다 줄었다.
기업들은 지금도 최소 인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하고 있으므로, 경기침체가 다시 시작된다면 얼마나 많은 추가 근로자들이 해고될 지 알 수 없다.
일자리가 줄고 근로시간이 줄며 가계 소득과 지출도 줄었다. 이는 소비를 원동력으로 삼는 미 경제의 치명적 장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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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 같은 정부의 보조금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개인소득은 4% 감소했다. 여기에 민간 부문 임금과 연봉은 6월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회복을 견인하는 원동력은 소비 지출이다. 경제가 건강했다면 총 소비 지출은 인구 성장률을 감안할 때 늘어났어야 했지만 소득 수준이 취약한 상황에서 소비는 경기침체가 시작됐을 당시의 수준을 겨우 보여 줄 뿐이다.
주택 시장의 찬바람도 여전하다. 신규 건설은 찾아보기 힘들고 주택 가격은 2007년 12월 이후 24% 하락했다.
특히 모든 주요 경제 지표 중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산출하는 산업생산은 가장 취약하다. 연준의 경기 활동 지수는 2007년 12월 수준보다 8% 가량 낮다.
미 상무부가 최근 새롭게 수정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은 경기 침체가 시작되던 당시보다 줄어들었다.
경제가 건강했다면 4년 전보다 훨씬 늘어났어야 한다. 벤지 친 위스콘신 대학 경제학 교수는 미 경제의 GDP가 올해 초에 추산한 잠재력에 비해 7% 더 적다고 밝혔다.
이전 위기 당시와 다르게 이제 쓸 수 있는 정책적 수준도 거의 없다.
우선 연준은 손발이 묶여있다. 이미 제로 수준까지 하락한 금리를 더 떨어뜨릴 수도 없다. 이미 수천억 달러를 국채 및 모기지 채권 매입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공급했다.
의회는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이 연준 보다는 좀 더 남아있다. 그러나 2007년 말 미 경제 규모의 64.4%였던 연방 정부 부채는 현재 2차 대전 이후 가장 높은 100%로 늘어났다. 여기에 의회가 국가 빚 증가로 이어지는 부양책에 합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나이젤 굴트 IHS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이 9%대인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빠져든 전례는 2차 대전 이후에는 없었다"며 "유일한 전례가 재정 정책을 조급하게 철회해 처음보다 고통스러운 침체에 빠졌던 1937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NYT는 두 번째 경기 하강이 첫 번째보다 완만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요소로 기업 실적을 꼽았다. 현재 기업 순익은 인플레를 고려해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업들의 순익은 2007년 4분기보다 22% 많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고용 없는 회복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경제전망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고용 등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닐 소스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 "금융 위기 동안 기업들의 첫 번째 반응은 현금을 쌓아두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 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