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률이 15%면 무조건 팝니다."
8일 코스피지수가 낙폭을 키우며 4% 가까이 폭락한 것을 두고 한 증권사 주식운용담당자는 기관의 '로스컷'(손절매: 손실폭을 줄이기 위해 매도하는 것) 규정을 원인으로 짚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증시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장 초반 비교적 선전하는 듯하던 국내 증시가 돌연 급락한 데는 로스컷 규정에 따른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진 게 촉매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만 7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장 초반만 해도 매수 우위를 보이던 개인투자자는 오전 장 후반 매도세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량의 매물을 쏟아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날 쏟아진 개인투자자 매도 물량 중 상당부분이 자문형 랩어카운트 물량일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문사가 포트폴리오 자문을 하고 증권사가 운용하는 자문형 랩의 경우 개인자금이 투입될 경우 투자 주체가 개인으로 분류된다.
오전 장 후반 들어 개인 매도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증권사 등에서 로스컷 규정에 따라 랩어카운트 물량을 풀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기관투자자들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몇% 이상 손실이 나면 손절매하게 규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로스컷에 걸려 물량을 내놓으면 그 물량 때문에 주가가 또 빠져서 로스컷 물량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로스컷 규정은 1998~1999년을 전후해 전 기관에 도입됐다. 당시 주가가 오락가락하면서 국내 기관들이 제때 주식을 못 팔아 손실폭이 더욱 커지면서 도입했다.
투신운용사의 경우 주식형펀드에 편입한 종목이 20% 정도 손실을 입으면 손절매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는 15% 정도를 로스컷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는 월 5%로 다소 빡빡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로스컷 규정이 회사 차원에서는 위험관리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하락폭을 키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