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글로벌 금융위기, 이번엔 다르다

[기자수첩]글로벌 금융위기, 이번엔 다르다

권다희 기자
2011.08.11 07:21

2008년 2학기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강의실에서 교수님이 던진 질문이 기억난다. 왜 미국 경제 부실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일어났는데 달러가 강세를 보이느냐는 질문이었다. 답은 간단했다. 달러를 대체할 유동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8일 글로벌 증시와 위험자산이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폭락하자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3년 전 리만브라더스 붕괴로 본격화 됐던 금융위기와 지금을 비교한다. 어떤 이들은 당시보다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에 위기가 곧 가실 것이며 금융시장도 진정을 되찾을 것이라 전망한다. 다른 이들은 이미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다 써버려 손 쓸 방도가 없는데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 있는 상황이라 상황이 오히려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 우선 달러가 약세다. 미 신용등급 강등 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소폭 약세다. 달러가 원이나 호주달러 등에 대해서는 일단은 강세나 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3년 전의 금융위기는 '신용'을 기반으로 한 미국식 금융시장의 허상을 보여줬다. 실물이 아닌 신용에 기반 한 금융시장에서 차입, 결국 막대한 빚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비싼 대가를 치르고 학습한 기간이었다. 돈이 남는 곳에서 돈을 필요로 하는 쪽으로 자금을 순환시키는 금융시장의 본래 역할이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돈을 벌기위해 전용된 데 따른 기회비용이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였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위기가 금융시장의 한계를 필연적으로 드러냈다면 이번 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성립 근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공재'였던 미 달러와 미국의 금융시장 시스템의 위상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깨닫게 됐다. 공공재 성립의 근간에 미국의 국채가 무위험자산이라는 전제가 있었는데 전제가 깨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위기에서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신용등급 강등 직후 주요 7개국(G7)의 긴급회의가 소집 됐지만 이들의 회동이 시장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G7 회의를 크게 다루지 않았는데, 이는 다룰만한 내용, 즉 파급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달러가 정말 위상을 잃고, 예전의 막강하던 G7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앞날을 정확히 그릴 순 없겠지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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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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