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락장에서 장기투자를 논하다

[기자수첩]폭락장에서 장기투자를 논하다

황국상 기자
2011.08.16 08:08

최근 만난 한 상장사 IR 담당자에게 요즘 주식거래를 하고 있는지 넌지시 물어봤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코스피지수가 폭락하던 때라 위로차 건넨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식거래를 했는데 이제는 안 합니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고 해도 우리사주 주식의 수익률만큼 안 나오거든요." 동석한 계열사 관계자도 "예전에 주식할 때는 매일 아침 전날 밤 미국증시 동향을 체크했는데 이제는 안 본지 오래 됐다"며 "우리 회사 주식이 좋으니까 이젠 미국증시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수익이 전혀 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회사 주식은 최근 고점인 이달 1일 종가에 비해서는 10% 가까이 주가가 내렸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2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모집, 시장가에 우리사주에 배정했다. 즉 우리사주 매입시기인 2008년말과 2010년 중반에 비해서는 각각 4배, 2배 이상 주가가 올랐다는 말.

물론 이들이 우리사주를 꼭 쥐고 있었던 데에는 회사의 눈치를 봤기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다면 이들은 언제라도 미리 주식을 팔아치웠을 터. 회사의 성장성에 신뢰를 두고 투자한 게 두 배, 네 배의 수익률로 돌아온 셈이다.

최근 폭락장세가 빚어진 데에는 개인의 투매도 한 축을 이뤘다. 빚을 내서 투자했던 개인들이 손절매에 나서며 매물이 쏟아졌고 이 과정에서 지수가 더욱 곤두박질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과 같은 과민성 증시 증후군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외국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 외에 장기투자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랬다면 이번과 같은 '묻지마 투매'로 인한 폭락의 골은 덜 깊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투자금이 손실을 볼 수 있음에도 무작정 우군(友軍)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대상 기업의 수익성, 안정성을 두루 분석한 후 믿을 만하다고 판단된 기업주식을 보유하면 해당 기업의 장기성장 수익을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단발성 호재'가 아니라 건실한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도 그 회사의 주인(주주)이 되는 방법이다. 꼭 앞서 언급한 이들처럼 그 회사의 종업원이 돼야만 좋은 회사의 수익을 취하는 건 아니다. 주주도 그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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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 기자

머니투데이 황국상입니다. 잘하는 기자가 되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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