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떠있는 ELW 32조...누구 위한 시장?

허공에 떠있는 ELW 32조...누구 위한 시장?

정영일 기자
2011.08.30 05:35

[한국 증시 개조 프로젝트 'WHY&HOW' ⑤주식파생상품 - ELW]

[편집자주] 한국증시의 대표 주식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ELS)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ELW)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가 지수 변동폭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파생상품은 다양한 기초자산과 수익구조로 시장 출범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현물시장에 비해 주식파생상품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면서 최근처럼 지수가 급락할 경우 주식파생상품의 헤지, 투자전략 변화 등에 따른 매물이 대거 쏟아져 전체 주식시장 및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폭발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05년 12월에 개설된 ELW시장은 개설 5년 만에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연말 기준 ELW시장은 9063개 종목에 시가총액 2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8%와 227% 성장했다.

하지만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이 전체 거래대금의 75% 이상 차지하는 시장구조는 결코 정상으로 볼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ELW시장의 고성장을 이끈 것은 '레버리지'였다. 개인들은 소액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레버리지의 유혹에 빠져 불나방처럼 ELW시장에 달려들었다.

2009년 ELW시장에서 5186억원의 손실을 보는 동안 스캘퍼들은 1043억원을 벌었다는 통계도 있다. 시장 개설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개인들의 누적손실이 1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유동성공급자(LP)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제도의 허점을 노린 '작전'이 판을 치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적발된 ELW 시세조종 시도는 총 28건으로 전년 대비 133.3% 증가했다.

'스캘퍼 파문'도 그 와중에 일어났다. 검찰이 스캘퍼들에게 전용선 등 부당한 혜택을 준 혐의로 12개 증권사 사장을 무더기로 기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ELW계좌의 기본예탁금 1500만원을 부과하는 시장건전화 조치도 취했다.

개인들의 ELW 평균 투자금액이 400만~500만원 수준에 불과한 현실에서 금융당국의 조치는 효과가 컸다. 지난해 1조6370억원에 달하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예탁금제도가 시행된 후 가장 거래가 적은 날이 5133억원(지난 19일) 수준에 불과했다.

건전화 조치 이후 시장이 상당부분 진정됐지만 여전히 기형적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총 32조원어치의 ELW가 발행됐지만 지난 26일 기준으로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은 1087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LP들이 보유 중이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종목 ELW의 경우 헤지거래를 위해 시장에서 현물을 사들이는 효과라도 있지만 LP들이 보유한 물량은 헤지도 이뤄지지 않아 말 그대로 상장만 돼 있는 '쭉정이'다.

이를테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W는 약 20억주가 상장돼 있지만 이 가운데 10% 정도만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동성공급자(LP)들이 갖고 있다. 32조원 규모의 증권이 사실상 시장에 아무런 기여를 못하는 상태로 온전히 '매매' 그 자체만을 위해 대기상태로 상장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P들이 물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주문이 몰릴 경우에도 가격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ELW를 발행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와 이를 상장해서 거래하는 거래소는 수백억원대 수수료수입을 올리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다는 시장 본연의 기능에 비춰볼 때 ELW시장의 존재 의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콩과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ELW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만 봐도 ELW가 실물과 금융부문을 연결해주는 금융상품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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