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모 기관의 가구 구매입찰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모두에게 공정해야할 평가기준이 특정업체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돼 있어 사실상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발주처는 입찰에서 약 6억원어치의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20억원이상의 단일납품 실적 보유업체로 참가자격을 제한했다. 예산액 범위 내의 실적을 참가 자격으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인데, 국내가구업계의 영세성을 감안 한다면 이번 입찰은 극소수의 업체만 기준에 부합한다.
이뿐만 아니라 조달시장 매출액 500억원이상인 업체에게 10점 만점을 주고 디자인인증에서는 지식경제부에서 선정하는 우수디자인(GD) 인증 외에도 해외 디자인 인증인 IF, REDDOT, IDEA, 일본 GD까지 5개를 보유한 업체에게 만점을 주는 등의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준을 모두 충족한 업체는 국내에선 단 1개 뿐이다. 다른 평가 항목들에서 업체들 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품실적과 디자인 항목에서 벌어진 점수 차이를 만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가구 납품 입찰은 소수점 이하의 점수 차이로 결과가 결정된다. 논란이 일자 해당기관은 중소기업청의 권고로 평가기준을 일부 수정해 재공고 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사실상 특정업체 물품을 구매하기 위한 '짜맞추기 입찰'인 셈이다.
지난해 전체 가구조달시장 4000여억원 중 20%를 넘는 1000억원 이상의 실적을 1개 업체가 독점했다. 입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가구업체들은 공공기관의 특정업체 밀어주기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가구가 대표적인 중소기업 고유업종임에도 이러한 독식현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영세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서 내년 1월1일자로 예정된 가구 대형 메이커들의 중소기업 졸업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3년 연속 150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린 회사를 대기업으로 분류하도록 중소기업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법이 시행됨에 따라 가구 업계에서도 조달시장을 독점했던 업체를 비롯해 몇 개 회사가 내년부터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대형 가구메이커들이 공공조달시장에서 졸업한다 해도 대형업체가 편법으로 만든 이른바 ‘짝퉁 중소기업’이 대신 공공조달시장에 들어온다면 법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실제로 사무가구 1위 업체가 지난해 말 편법으로 기업을 분할, 위장 중소기업을 만들고 내년 이후에도 조달시장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가구인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1년 가까이 짝퉁 중소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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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리딩 기업은 자사만의 이익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발전을 생각해야한다. 특히 이제 대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중소기업을 위한 조달시장은 양보하고, 해외시장 등 더 큰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가구 업계에서는 사무가구 시장 매출 1위 업체가 편법까지 동원하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시장을 탐내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관련법을 개정해 편법으로 회사를 분할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업체는 공공조달시장에 원천적으로 참여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입법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상생’과 ‘공정사회‘의 화두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편법과 양극화의 벼랑 끝에서 영세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판로지원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는 게 중소가구업체들의 절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