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통화, 유로존 위기에 전염돼 급락..한국 등 취약

신흥 통화, 유로존 위기에 전염돼 급락..한국 등 취약

권성희 기자
2011.09.21 17:10

FT "달러 랠리하면 외국인 신흥국 채권도 매도할 것"

최근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환율 급등)이 유로존 위기가 신흥국으로 전염되고 있는 징후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 같은 수출 위주의 개방 경제가 위기전염에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 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8월만 해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신흥국 증시는 추락했지만 외환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는 신흥국 채권과 현금, 현금성 파생상품 등으로 해외 자본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9월 들어 신흥국 증시는 오히려 내성을 보이고 있는 반면 외환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월 들어 브라질 헤알화와 폴란드 즐로티화는 미국 달러 대비 9% 이상 급락했고 헝가리의 포린트화는 과다한 외화부채로 취약성을 드러내며 10% 이상 폭락했다. 달러와 연동돼 조금씩 강세 기조를 보이는 중국의 위안화만 이달 들어 3.2% 올랐을 뿐 대부분의 신흥국 통화 가치는 급락했다.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휩싸였던 8월초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길래 신흥국 외환시장은 경색 조짐을 보이는 것일까. FT는 유럽연합(EU)의 그리스 구제 가능성과 관련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 때 합의했던 구제방안을 공고하게 실현하기 위한 계획이 없다는 점이 금융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동유럽과 중앙 유럽이 받고 있다. 러시아를 제외한 동유럽 대부분은 경상수지 적자와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을 서유럽 금융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동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단기 자금 의존도가 더욱 높아져 최근의 자금 유출에 더욱 취약한 상태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은 만성적인 경제난에 빠진 우크라이나를 제외하면 최근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폴란드와 터키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터키의 리라화는 9월 들어 통화 가치 하락이 경쟁국에 비해 크진 않지만 이는 이전 낙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리라화는 올들어 달러 대비 15% 가까이 급락해 주요 신흥국 통화 중 낙폭이 가장 심했다.

재정건전성과 공공부채 축소, 탄력적인 경제 성장세 등으로 투자자 신뢰도가 높았던 아시아 통화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전망에도 그림자가 드리웠기 때문이다.

FT는 특히 한국 같은 수출 위주의 개방 경제와 국제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자본시장이 개방된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최근 통화 가치 하락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을 2008년말 2000억달러에서 최근 사상 최대 수준인 3100억달러로 늘렸지만 단기 외화부채가 외환보유액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통화 가치가 급등해 고민이던 브라질의 헤알화마저 최근 유로존 위기와 더불어 깜짝 금리 인하로 1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브라질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리가 12%, 물가상승률이 7%로 실질 금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같은 고금리 매력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FT는 신흥국 통화 가치가 유로존 위기가 악화되는 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면 달러 약세로 신흥국 통화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지만 지난주말 유럽중앙은행(ECB)의 달러 유동성 공급 소식에도 신흥국 통화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달러 유동성이 아니라 그리스 디폴트 우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 매수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신흥국 통화를 팔아 신흥국 채권 보유에 따른 위험을 헤지해왔다.

하지만 UBS의 전략가인 바누 바웨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같은 신흥국 채권 매수 기조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는 올들어 8% 올랐지만 신흥국 통화 채권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바웨자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투자자들은 신흥국 채권을 매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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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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