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해결책, 언제까지 어떻게 논의될까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 언제까지 어떻게 논의될까

권성희 기자
2011.09.27 11:01

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위기 해결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11월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는 완전히 합의된 위기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그리스와 유로존 미래에 대한 선택이 수주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며 "유로존 각국 정부는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3가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3가지 정책이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기능 확대에 대한 각 회원국 의회의 비준, EFSF 자금력 보강, 유로존의 더 긴밀한 경제 통합 방안이다.

1. EFSF 기능 확대

유럽 지도자들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 때 합의된 EFSF 기능 확대 방안을 17개 유로존 회원국 의회에서 모두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유로존 의회에서 모두 비준되면 EFSF는 전세계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2가지 위기,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로존 은행시스템의 붕괴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에 대한 투매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EFSF가 직접 은행에 자본금을 투입하고 유통시장에서 유로존 채권을 매입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의회에서 EFSF 기능 확대안이 비준된 국가는 6개국이다. FT는 유로존의 6개 트리플A 등급 국가 가운데 "가장 까탈스러운" 핀란드 의회가 28일 EFSF 기능 확대안을 표결에 부친다며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다음날 29일에는 독일 의회에서 표결 절차가 진행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야당 지지를 확보했지만 연립정부 내에 반란 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U 고위 관계자는 "트리플A 등급 국가 가운데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EFSF 기능 확대는 물 건너 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음달 11일에는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슬로바키아 의회가 EFSF 기능 확대안 표결에 들어간다. 슬로바키아는 힘센 야당이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로존 각국 정부에 경제자문을 하고 있는 컨설팅회사 리-디파인의 소니 카푸르 대표는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큰 국가가 워낙 초조해 하며 (슬로바키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슬로바키아 의회가 EFSF 기능 확대안을 기각해도 트리플A 등급 국가가 기각하는 것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 다만 유로존 구제방안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다른 회의적인 국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위험은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유럽 애널리스트인 무즈타바 라흐만은 EFSF의 기능이 회원국 의회의 입법 과정에서 약화된다면 EFSF의 효과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독일에서는 상원 외에 하원도 EFSF 개정안에 대한 비준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 일각, 특히 독일에서는 EFSF가 다음달 의회 비준을 거쳐 기능이 확대되면 그리스 국채를 대규모 '탕감'하는 방안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EU와 ECB 관료들은 이같은 채무재조정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독일은 EFSF의 기능이 늘어나면 그리스 위기가 다른 유럽 국가와 은행들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분명한 방어벽을 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EU 고위 관계자는 "그게(그리스 부채 탕감이) 독일 온건파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농담조로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급격하고 과감한 '질서 있는' 디폴트에 대한 지지는 극히 일부에 그쳐 현실성이 낮다는게 EU 분위기다.

2. EFSF 자금력 보강

EFSF가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으면 당초 소규모 주변국 지원을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된 EFSF의 자금 규모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금세 분명해질 전망이다.

EFSF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가용 자금이 4400억유로에서 2500억유로로 줄어든 상태다. 현재 EFSF에 참여한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정치적 이유나 자국 신용등급 강등의 위험 때문에 더 이상 EFSF에 자금을 출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신 유로존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EFSF의 자금을 늘리지 않고 EFSF의 자금 지원 효과를 증폭시키는 5가지 서로 다른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EFSF가 남아 있는 돈을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돈을 빌려 쓰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첫째는 EFSF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이들 국채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의 20%까지 지급 보증해주는 방안이다. 이같은 일부 지급보증은 EFSF가 당장 돈을 쓰지 않고도 남은 돈의 5배까지 자금 지원 효과를 낼 수 있게 해준다.

둘째는 EFSF를 대체할 EU의 영구적인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안정기구(ESM)를 당초 계획했던 2013년 중반이 아니라 1년 앞당겨 설립하는 방안이다.

보증을 통해 자금이 조달되는 EFSF와 달리 ESM은 자금 상당 부분이 회원국들의 납입 자본금으로 충당된다. 이에 따라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레버리지로 활용해 돈을 빌리기도 훨씬 용이하다.

셋째는 EFSF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돈을 빌려 쓰는 방안이지만 이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넷째, ECB가 지금처럼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의 국채를 계속 매입하고 EFSF가 국채 매입에 대해 보증하는 안이다. 이 경우 유로존 국채 매입으로 인한 손실은 ECB가 아니라 EFSF가 안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채무를 대규모 삭감해주는 방안이다. 이는 EFSF의 기존 자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확정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같은 방안은 다음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검토된 뒤 다음달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원칙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같은 5가지 방안 가운데 어떤 것이 선택된다 해도 다시 한번 유로존 17개국 의회에서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실행돼 그리스 채무재조정까지 합의되는데는 앞으로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 더 긴밀한 경제통합과 재정연합

유로존 지도자들은 EU가 회원국 경제에 대해 좀더 중앙 집중화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다음달 EU 정상회의에서 EU 전체를 총괄하는 재무부 설립과 유로본드 발행에 대한 윤곽을 제시한다.

유로존의 긴밀한 재정 통합과 관련한 최근의 논의는 EU 조약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다. EU 조약 개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어 각 국가 내에서 상당한 갈등이 야기되며 EU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U의 한 고귀 당국자는 "지금 단계에서 조약 개정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당국자들은 조약을 개정하지 않고 기존 리스본 조약 아래에서도 경제통합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각 회원국의 재정 상황에 대한 조율과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권한이 이미 주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법률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EU 당국자들은 독일이 회원국의 방만한 재정지출을 강하게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조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17개국의 공동 명의로 발행되는 유로본드 구상도 향후 유로존 체제 개혁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포함될 예정이다.

EU 당국자들은 회원국 전체의 리스크를 한 곳에 모아 채권을 발행하자는 이 아이디어의 진전 여부는 강력한 독일 경제와 독일 신용등급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독일은 유로본드를 받아들이는 대신 회원국의 재정을 강력하고 엄격하게 통제하는 방향으로 EU 조약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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