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없다” 초비상 경영

“안전지대 없다” 초비상 경영

김진욱 기자
2011.10.05 11:06

[머니위크 커버]엄습하는 금융위기 공포/산업권 타격은 얼마나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에 전방위적인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도 고도에 달하고 있다. 환율 급등이 당장의 수익성에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3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아 매출과 자금 흐름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특히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실물경제의 타격까지 예상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조선·운송업계와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에서의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철강과 정유 등 원재료를 수입, 매출에서 수입 비중이 높은 산업들의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철강…조선·자동차·건설 경기 악화에 ‘직격탄’

철강업계는 주요 수요업종인 조선과 자동차, 건설 산업의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강도높은 원가절감 추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1위 기업포스코(385,000원 ▲15,000 +4.05%)만 해도 올해 초부터 7월까지 1조원을 초과하는 원가를 절감했다. 쇳물을 만드는 데 철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가·저품위 원료와 미분탄 사용량을 늘리는 저가원료 사용기술을 개발한 것.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경기 자체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철강산업 경기 회복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조선 산업, 자동차 산업, 건설 산업 등의 수요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여파가 철강업에 크게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유…환율급등이 원유가 상승 부추겨 ‘위기’

환율 추이에 민감한 정유업계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환율 급등이 국내로 들여오는 원유 가격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인데, 다행히 업체들은 환헤지 상품 등으로 환율 변동에 대비해온데다 환율이 오르면 석유제품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탓에 환율 변동 자체보다는 세계경제 침체 여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129,400원 ▲2,900 +2.29%)관계자는 “기름 생산량 가운데 60%를 수출하고 국내에서 소비되는 40%로 환헤지 상품을 걸어놔 환율 급등에 따른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항공…환헤지 대책에도 장기화 되면 ‘속수무책’

조선업계는 환율 급등 자체보다는 국내 업체들의 최대 발주처인 유럽이 위기의 진앙지라는 점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체로 환헤지를 걸어놓은 경우가 많아 환율변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최근의 환율급등 사태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 유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419,500원 ▲11,500 +2.82%)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환율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아 철저히 준비해둔 상태”라며 “다만 환율 급등의 진원지인 유럽이 최대 발주처라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와 항공유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64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에 따른 항공 수요 위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건설환경 악화 상황서 또 터지면 '중복악재'

건설업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건설환경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또다시 동시다발적으로 금융위기가 터질 경우 건설업계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공공공사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주택경기마저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구매심리를 다시 꽁꽁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는 눈치다. 여기에 이미 회복 기미를 보였던 서울 강남 재건축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분양시장에서도 불안심리가 확산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자동차․전자…‘화색’, 그러나 미국·유럽 경기침체는 '덫'

환율 급등 등 금융위기가 전 분야의 산업을 불황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환율 상승이 오히려 ‘호재’로 여기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동차 수출 가격이 낮아져 해외 시장에서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수요 침체로 힘들어하던 전자업계도 환율 급등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언뜻 보면 환율 상승이 해외 현지생산과 부품 수입 등의 측면에서는 악재로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환율 상승 덕분에 수출 경쟁력이 강화돼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한편에선 자동차 업계의 경우 이번 위기를 반드시 호재로만 볼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과 그리스·이탈리아 재정위기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대차(538,000원 ▲4,000 +0.75%)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시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고 해도 주요 자동차 소비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경기 불황으로 시장 자체가 위축된다면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확산되는 ‘금융 공포’…대응책 나선 산업계

미국 신용등급 하락, 그리스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등 국제적인 금융위기 공포가 재확산 되고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나선 산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다만 유럽 위기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침착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삼성, LG, 하이닉스 등 전자ㆍ반도체 업체들은 비상경영과 탄력적 라인 가동으로 대응에 나섰다.하이닉스(1,128,000원 ▼27,000 -2.34%)는 최근 이천 본사에서 권오철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영 선포식’을 가졌고,LG전자(124,200원 ▼1,800 -1.43%)도 부진한 휴대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여기에삼성전자(216,000원 ▼1,500 -0.69%)LG디스플레이(14,410원 ▲580 +4.19%)의 경우 LCD ‘탄력적인 라인 가동’에 따른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차는 미 신용등급 하락을 계기로 지난 8월부터 매일 회의를 열고 일일점검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건설사들도 주택구매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양 프로젝트 등을 재검토하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등만 해도 실제 분양일정을 조정하고 필요할 경우 내년으로 대폭 연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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