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과 닮았지만 다르다

‘리먼’과 닮았지만 다르다

김부원 기자
2011.10.04 12:14

[머니위크 커버]엄습하는 금융위기 공포/제2의 금융위기 올까

전호후랑(前虎後狼).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의미로,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과 국내 증시를 전호후랑으로 표현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금융기관 신용등급 강등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상황에 빗댄 것이다. 결국 국내 증시는 8월 초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박스권에 갇힌 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2008년 리먼사태와 비교하고 있다. 이미 위기의 심각성이 리먼사태 때를 넘어섰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 그나마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위기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적극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금융위기의 실체를 리먼사태와 비교해 보고 최근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흐름을 되짚어 봤다. 아울러 향후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2의 리먼사태?' 유사점과 차이점

현 금융위기는 리먼사태와 비교되기도 한다. 제2의 리먼사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리먼사태만큼 충격이 강하지 않을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리먼사태 때와 비슷한 점과 차이점 모두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제금융센터가 낸 보고서 <최근 글로벌 금융불안, 리먼사태의 재연인가>는 이에 대해 각각 네 가지로 요약해 설명하고 있다. 우선 두 상황이 유사한 점은 ▲신뢰상실 ▲은행권 타격 ▲위기의 전조 ▲시장반응 등으로 설명된다.

두 위기 모두 대마불사(大馬不死) 금융기관의 해체와 유럽 선진국 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2008년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익스포져(위험노출액) 손실로, 현재는 재정불안국가 익스포져 손실로 모두 금융권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6개월 전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몰락했고,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 1년 전 그리스 위기가 나타났듯 금융위기의 전조가 발생한 것도 유사하다. 금융시장은 주가 급락, 안전자산 선호, 자금시장 악화 등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반면 ▲부채 대상 ▲위험의 공개 ▲위기 순서 ▲기업·은행·개인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2008년 위기가 주요 민간 은행권 및 개인의 과도한 부채에 원인이 있었다면 현재는 당시 위기를 떠안은 공공부문 부채가 원인이다.

또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다른 파생상품으로 확대됐지만 현재는 그 원인이 잘 알려졌다. 위기 순서 역시 2008년 위기는 금융위기에서 펀더멘털 악화로 확산됐고 지금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채 축소, 저축률 증가 등으로 기업과 개인의 쇼크 흡수 여력이 3년 전보다 향상된 것도 다르다.

특히 증권업계가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두 위기의 차이점이 있다. 바로 위기의 파급 속도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지금 금융위기는 서서히 다가오면서 어느 정도 대비하고 예상할 수 있는 여력은 있는 수준"이라며 "반면 리먼사태 때는 부실의 규모나 정황도 모른 채 한순간 당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8~9월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 장세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증시가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8월5일 종합주가지수 2000선이 무너진 증시는 어느덧 1700선까지 추락했다. 증시가 1700~1800을 넘나들자 증시애널리스트나 투자자 모두 혼란스럽긴 마찬가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장세는 9월에도 이어졌다. 1800대를 유지하며 회복조짐을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1700선도 무너져 1600대로 떨어진 것. 며칠 후 다시 1700선을 회복했지만,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김정환 연구원은 "롤러코스터 장세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일시적인 쏠림현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벙커심리의 확산을 예측했다. 벙커심리란 포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위험하게 머리를 내밀지 않고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안전하게 머리를 수그리고 있자는 것.

김 연구원은 "최근 증시의 이상 급등락 현상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관망하면서 방향성이 나타나기 전까지 신중하게 투자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벙커심리는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에는 국내증시가 1700선의 박스권 하단 지지를 확인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며 "다만 시장의 위기의식은 글로벌 정책 공조의 속도를 높이고 현실적인 대안과 정책들로 진화했으므로 하반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의 적극성과 글로벌 정책공조

앞으로 글로벌 경제와 증시의 향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열쇠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10월 초 있을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12개월 장기대출 재개와 은행들의 자산담보부 증권(커버드 본드) 재매입이 검토될 것이란 소식에서 희망을 찾는 분위기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커버드 본드 매입이나 12개월 장기 대출 프로그램 등은 모두 리먼사태 여파로 유럽의 금융시스템이 극도로 불안할 때 실시된 바 있다"며 "ECB가 이런 카드를 다시 꺼내려 한다는 것은 금융시장 참여자들과 ECB 간의 인식 차이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시장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던 ECB가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 대책을 넘어 장기적인 유동성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ECB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란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사태가 진전을 보이면 글로벌 정책공조도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유럽 국가들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의향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더 적극적인 자구책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지원의사를 밝혔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듯 유럽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가시화될 경우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42%를 차지하고 있는 브릭스 등 여타 국가들의 유로존 지원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월 국내 증시 시나리오는?

급등락을 반복하던 국내 증시가 10월 들어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까?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3월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10월에 예정된 몇몇 이벤트 후 그리스 및 유럽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며 "이는 2008년 3월 이후 약 2~3개월 간 미국의 금융위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점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환율 및 수급 측면에서도 현재 국면과 2008년 3월의 유사성이 관찰된다"며 "따라서 지난 9월26일 기록한 1664포인트를 저점으로 반등랠리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12월에 다시 그리스 7차 자금 지원 이슈가 부각될 것이란 점에서 반등폭은 2008년 3월의 23%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초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최종적인 대응방안이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10월에는 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장세를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월에도 실적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이는 업종 중심의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며 "실적 호전을 이어가고 있는 자동차, 정유, 홈쇼핑, 게임업종과 낮은 PBR에 높은 배당수익이 기대되는 은행, 보험, 통신 업종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8~9월보다 주식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적극적인 매매를 하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김학균 대우증권 연구원은 "EU 내에서 그리스 지원 문제가 합의되더라도 금융기관 손실 부담과 관련한 이슈가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단기 매매 이상의 적극적 대응을 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0월 코스피밴드로 1700~1900포인트, 삼성증권은 1650~1900포인트, 대우증권은 1600~1850포인트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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