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中 환율법 통과..대공황식 무역전쟁 전조?

美상원, 中 환율법 통과..대공황식 무역전쟁 전조?

권성희 기자
2011.10.12 09:57

미국 상원이 11일(현지시간) 1930년대식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환율 감독 개혁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상원은 이날 오후 이른바 환율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63표, 반대 35표로 통과시켰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환율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이미 지난주 환율법이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우려했으며 아직까지 하원 표결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은 환율을 조작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이 법안은 중국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중국은 규율을 어기는 행동을 그만둬야 하며 환율 조작을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규율 위반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 신봉 공화당 의원들도 환율법 지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상원에서 가결한 내용 그대로 하원에서도 통과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국민들의 커다란 좌절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이 제기한 의문대로 환율법이 그대로 하원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알렉 필립스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9%대로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하원이 조만간 다른 내용의 하원판 환율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는 앞으로 수개월 내에 하원이 중국의 환율 문제를 압박하기 위해 좀더 점진적인 방법의 다른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상원이 가결한 법안과 내용이 조금 다르지만 결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내용의 법안이 내년 초에는 상하원 모두 통과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유무역을 강조해온 공화당 내에서도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롭 포트만 공화당 상원의원은 조지 부시 대통령 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까지 지냈으나 민주당이 주도한 환율법을 찬성했다.

그는 "이 법안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를 갖고 있지만 이제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법안을 계기로 중국 환율 문제에 대해 행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제프 세션 공화당 상원의원도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이 법안의 표결을 막으려는 시도까지 차단하면서 환율법 통과에 적극적이었다.

◆환율법에 대해 모호한 태도 견지하는 오바마 대통령

어떤 내용이든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직까지 환율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이 국제 무역시스템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일각의 분노에 공감한다 해도 이 법안에 서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경제는 물론 북핵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중관계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상원의 환율법 표결이 시작되기 직전 미국은 1930년에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의 리드 스무트와 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해 통과시킨 이 법안은 2만여개의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 농업을 비롯한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였다.

◆中, 목소리로는 비판-위안화는 절상..강온 양면책

신화통신은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80년 전을 비교해보면 놀랄만큼 유사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며 "경기 하강, 고실업, 뚜렷한 대중들의 불만, 고조되는 정치적 갈등,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 등"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의원들은 자국 선거구 내의 경제적 이익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국제적인 관점에서 정치, 경제적 이슈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은 상원의 환율법 표결에 앞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위안화 절상에서 회유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달러당 0.103위안 떨어진(위안화 가치 상승) 6.3483위안에 고시했다. 이는 중국이 환율제도를 통화바스켓제도로 바꾼 2005년 7월 이후 6년3개월만에 최저(위안화 가치 최고)다. 이는 약속대로 서서히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키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와 퀸웨이 왕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의 흐름을 보면 위안화는 여전히 연율 5%의 절상 속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별히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졌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위안화는 지난 2005년 이후 달러 대비 30%가량 절상됐지만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력에 비쳐볼 때 중국 위안화는 여전히 달러 대비 40%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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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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