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차 등 제조업체 대부분… 투자대상 제한, 정책의지 실종도 한몫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친환경, 대체에너지 등 녹색산업에 대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녹색펀드.
그러나 녹색펀드 대부분이삼성전자(189,700원 ▲3,400 +1.83%),현대차(492,000원 ▲7,000 +1.44%),현대중공업(379,500원 ▲13,500 +3.69%)등 성장형 대형주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추진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점이 녹색펀드 '퇴색'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펀드 평가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국내형 녹색성장펀드는 총 72개, 설정액은 2400억원 수준이다.
인덱스형 펀드를 제외한 개별 펀드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설정액 250억원인 NH-CA자산운용의 'NH-CA대한민국녹색성장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 Ci'.
8월 말 기준 이 펀드가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는 종목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다. 이밖에현대모비스(392,500원 ▲11,500 +3.02%)와 현대차, OCI, SK이노베이션, LG상사, 삼성SDI, 두산중공업, 제일모직 등에 대한 투자 비중도 높다.
포트폴리오만 보고선 녹색산업과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다. 태양광 대표주인 OCI가 그나마 가장 펀드 이름에 걸맞아 보인다. 물론 현대모비스와 현대차가 전기차, SK이노베이션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일정 수준 투자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다른 펀드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트폴리오 조사 대상 63개 펀드 중 37개가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를 친환경기업이나 대체에너지업체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손해보험사인LIG손해보험, 금융지주사인 신한지주, KB금융 등에서부터 유통업체롯데쇼핑(105,000원 ▲4,400 +4.37%), CJ오쇼핑, 엔터테인먼트업체에스엠(93,300원 ▲4,100 +4.6%), 인터넷 포털업체NHN(213,500원 ▲4,500 +2.15%), 다음, 게임업체엔씨소프트(217,500원 ▲3,500 +1.64%)에 이르기까지 환경이나 대체에너지 사업과는 동떨어진 종목도 다수 주요 편입 종목에 올라 있다.

이처럼 녹색성장펀드 포트폴리오에서 녹색이 빠진 것은 투자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PICK!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녹색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공모펀드에서 투자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기업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연구조사 인력 등 물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운용사들이 분석 대상에 올려 투자를 검토하는 종목 대부분이 시가총액 수천억원 이상이다. 반면 녹색성장기업으로 불릴 만한 환경 관련 기술력을 지닌 업체 중 상당수가 상장과는 거리가 멀다. 상장됐다고 하더라도 거래가 뜸한 탓에 유동성 문제로 인해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한 감독 당국 관계자도 "녹색성장펀드라는 이름을 달곤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마땅한 투자 대상도 없고 이름만 녹색펀드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망한 녹색성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녹색인증도 대부분 벤처기업에 한정돼 있다.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펀드로선 투자가 불가능하다. 녹색성장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 중 일부는 아예 자체 기준을 만들어 대상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공통된 투자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정부가 당초 녹색펀드에 부여하기로 한 세제 혜택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중소형 녹색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을 위해 녹색펀드에 3년 이상 장기 투자시 소득 공제,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부여키로 방침을 정했지만 여전히 시행은 기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