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칠레산 와인에도 '애정남'이 필요해

[기자수첩]칠레산 와인에도 '애정남'이 필요해

장시복 기자
2011.11.16 16:01

"`칠레산 와인'하면 프랑스·이탈리아산 와인보다 부담없는 가격이 매력 아니었나요. `자유무역협정(FTA) 수혜주' 아닙니까."

와인애호가 R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최근 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를 보고서다. 이 단체는 칠레산 `몬테스알파 카베르네 쇼비뇽'의 국내 판매가가 미국·독일 등 18개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비쌌다고 발표했다.

2008년 3만5900원이었던 이 와인은 매년 뛰어 올해 4만4000원에 달한다. 2009년 한-칠레 FTA 발효로 15%의 관세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판매가는 오히려 오른 것이다. 수입원가는 8370원(7.5달러)으로 1만원도 채 안된다. 수입상과 유통상이 최고 70%까지 마진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와인 애호가들은 "칠레산 와인은 관세가 없어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즐겨 마셨던 건데 사실상 홍보·마케팅에 속아온 것 아니냐"며 불쾌해 했다.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이 알려지면서 칠레 내 판매가와 국내 판매가를 비교해보는 소비자들 풍경이 자주 눈에 띈다. 한 마디로 못 믿겠단 얘기다.

상황이 이렇자 와인 수입·판매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각 국가별로 세금과 유통 체계가 딴 판인데 이를 무시한 채 단순 가격 비교를 했다며 억울해 한다. 몬테스알파를 수입하는 나라셀라는 해명 자료까지 내며 "한국은 수입 와인에 대해 관세 주세 뿐 아니라 교육세까지 부과하고 있다"며 "CIF(보험 및 운송비 포함 가격) 금액의 53%가 세금이라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와인수입업체 대표는 "선진국처럼 수입업체가 직접 팔지 못하고 도·소매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어찌됐든 소비자들의 불신은 점점 불어가는 형국이다. 소비자 단체는 '수입가·유통가 ·관세' 등을 모두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 달라는 주문이다. 업체들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애정남(애매한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자처하고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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