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게 비지떡?…'루이비통 대접' 받는 SPA

싼 게 비지떡?…'루이비통 대접' 받는 SPA

이정흔 기자
2011.11.25 09:06

[머니위크 커버]반값마케팅의 明과 暗/저가공세로 명품 제친 SPA브랜드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은 요즘 패션업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옷감의 소재부터 디자인까지 최고의 품질로 승부하는 백화점 명품의류를 손에 넣으려면 비싼값을 치러야 했지만 최근 부담 없는 가격에 좋은 소재와 디자인을 차용한 SPA브랜드의 의류가 등장,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SPA브랜드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무렵. 이후 4~5년이 지나는 동안 국내에서 SPA브랜드의 파워는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SPA열풍의 현장을 찾아 그 배경을 짚어봤다.

사진=류승희 기자

 

◆바구니 한가득…하루 매출 20억

'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인 SPA는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한 회사에서 해결하는 의류 브랜드를 말한다. 따라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패션 트렌드를 예측해 옷을 디자인하고 미리 생산해 놓는 기존의 시스템과 달리 SPA브랜드는 철저히 현재의 유행을 반영해 옷을 제작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재고의 부담을 크게 줄인 덕이다. 2주에 한번씩 70%가량 매장 물건을 교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재빨리 좇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간 마진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스페인 브랜드인 ZARA(자라), 미국의 GAP(갭), 스웨덴의 H&M(에이치앤엠), 일본의 uniqlo(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인 SPA브랜드들이다.

지난 16일 찾아간 명동에서도 SPA브랜드가 대세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눈스퀘어 등 쇼핑몰마다 망고, 자라 등 SPA브랜드가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명동거리를 걷다보면 몇 미터 지나지 않아 대형 SPA브랜드 매장들을 만날 수 있다.

SPA열풍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 지난 11일 오픈한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다. 지하철 명동역 인근 타비몰을 1층부터 4층까지 전부 사용하는 이 매장은 총 면적 3966㎡(1200평)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다. 오픈 첫날부터 1000여명이 줄지어 대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더니 오픈 당일 매출만 무려 20억원을 기록했다. 오픈날인 11일부터 13일까지 주말동안 올린 매출액이 36억원을 넘어설 정도다.

이날도 유니클로 매장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평일 퇴근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쇼핑을 즐기는가 하면 어린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이 옷 저 옷을 서로에게 맞춰보고 있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젊은 층이 주 고객이긴 하지만 나이 지긋한 어른들까지 고른 연령층에서 유니클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고객의 손에 들려 있는 쇼핑 바구니. 이곳의 의류 가격은 보통 티셔츠 한벌에 9900원부터 1만원대를 웃도는 수준. 두툼한 패딩 점퍼도 7만9000원, 8만9000원 등 1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대가 대부분이다. 백화점 브랜드만큼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반값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기본 티셔츠 몇벌을 비롯해 다양한 의류를 대량 구매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군산에서 업무차 들른 김에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는 박효주(32) 씨는 "남편 것이랑 같이 기본 티 여러벌과 잠옷까지 구매했는데 15만원 정도 가격이 나왔다"며 "옷의 감촉이나 디자인이 저가상품 같아 보이지 않아 더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나왔다는 대학생 이슬기(23) 씨는 "좋은 줄은 알지만 이름값이 상당한 명품의류보다는 SPA가 가격 대비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실속 있는 것 같다"며 "옷 종류도 훨씬 많기 때문에 다양하게 연출할 수도 있다.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매장에 들러 옷 구경도 하고 자주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루이비통 옆 SPA 매장, 달라진 위상

지난 2008년 국내에 도입된 대표적인 SPA브랜드 자라. 당시 롯데쇼핑은 자라와 독점 입점 계약을 체결하며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에 자라 매장을 개장했다. 당시 롯데백화점 측의 발표에 따르면 자라의 입점 이후 약 50일 동안 영플라자의 하루 평균 매출은 6000만원에 달했다. 전년동기 일평균 매출(3600만원대)에 비해 무려 65% 가량 늘어난 것이다. 구매 고객수 증가율은 5%대에서 자라 입점 후 10%로 올라갔고 특히 30대 이하 고객들이 15% 증가했다. 이른바 '자라 효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도 SPA브랜드 입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명품보다 더한' 대접을 약속 받으며 백화점의 알짜 자리를 차지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4월 리뉴얼해 오픈한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은 명품관 1층 자리를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함께 SPA브랜드인 H&M에 내줬다. 더욱이 H&M의 매장 면적이 루이비통보다 넓다. 1층부터 3층까지 총 2013㎡(700평)에 달한다. 수수료 역시 명품매장과 마찬가지인 10% 미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국내 브랜드의 백화점 수수료가 3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H&M의 입점을 위해 백화점 측에서 특별 대우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최근 신도림 디큐브시티도 개장과 함께 자라와 유니클로, H&M 등 글로벌 SPA 3인방을 동시에 입점시키며 이들 브랜드에만 백화점 3개층에 해당하는 면적을 내줬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이미 트렌드가 SPA로 넘어간 상황에서 브랜드들끼리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SPA가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어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 들일 수 있는데다 유행을 빠르게 쫓아가며 고객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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