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반값 마케팅의 명과 암/주식거래 등 수수료율 저가경쟁
0.015%. 이 수치는 한동안 주식거래 최저 수수료율로 통했다. 증권업계 수익을 위한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0.015% 수수료율을 처음 적용한 증권사는 광고에서 '업계 최저 수수료'를 강조하며 고객을 끌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0.015%는 '최저'의 의미를 잃었다. 증권사들이 수수료 저가경쟁에 뛰어들면서 현재 0.011%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유도 방침에 따라 많은 증권사들이 한시적으로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유통업계에 불고 있는 저가 및 반값 열풍과 맞물려 증권사들의 수수료 저가 경쟁도 열기가 뜨겁다. 비록 증권사가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수수료 인하 혜택이 '새발의 피'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고객 입장에서는 증권사들의 저가 경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0.011% 최저 수수료 경쟁
현재 주식 거래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곳은 한화증권이다. 한화증권은 지난 7월부터 제휴은행계좌 브랜드인 스마트C를 출시하면서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를 0.011%로 대폭 낮췄다.
이 수수료율은 HTS, 스마트폰, 홈페이지를 통한 거래에 적용되며 일반 온라인 고객과 은행계좌 고객 모두가 대상이다. 스마트C 출시와 함께 한화증권은 새 HTS인 스마트One을 오픈했으며, 스마트폰에서 매매가 가능한 스마트M을 출시하는 등 온라인 거래 강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실 한화증권보다 먼저 0.011%의 수수료율을 채택한 곳은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초 은행연계계좌 '크레온'을 출시하면서 업계 최초로 수수료율을 0.011%로 책정했다. 다만 두 증권사 간 차이점은 대신증권 크레온의 경우 단타 매매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설정한 반면, 한화증권은 모든 온라인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는 사실이다.
또 보통 0.015% 이하의 낮은 수수료율은 온라인 거래 전문 소형 증권사들이 주로 제공하던 수수료율이다. 따라서 대형증권사들이 이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도입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결국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노리기보단 고객수를 늘리는 데 우선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수수료율을 0.011%로 낮춘 후 월평균 신규계좌가 3배, 시장점유율은 2배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도 은행연계 계좌를 통해 온라인 주식 거래를 하는 고객들에게 0.0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0.0046%P 연말까지 한시적 인하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방침은 증권사들도 움직이게 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증권사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하자 일부 증권사들 역시 연말까지 주식, 선물, 옵션 등의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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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올 연말까지 기존 수수료율에서 주식 0.0046%P, 선물 0.0003%P, 옵션은 0.0126%P가량 평균적으로 인하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주식 0.0054%P, 선물 0.00044%P 지수옵션 0.013%P 인하한다.
지난 2008년과 2009년에도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유관기관 수수료를 면제해줬고 증권사들도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에 동참한 바 있다. 하지만 보통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신용공여 연체이자율은 기존 17%에서 14%로 인하했고,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키움증권 관계자 역시 "연말까지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것에 대해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형증권사들은 평소 수수료율이 중소형증권사에 비해 높고 거래대금도 많아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시적인 수수료 인하가 대형증권사들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자문형랩 수수료도 인하 경쟁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은 직접투자 뿐 아니라 간접투자인 자문형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는 올해 초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파격적으로 실시하며 화제가 됐는데, 최근 들어서도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 방침을 선언하는 증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에 불을 지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지난 2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한 공식석상에서 3% 수준의 자문형랩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이에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이 반대 견해를 내비치면서 자문형랩 수수료 논란이 증권가의 화두가 된 것.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은 자문형랩 수수료를 대폭 낮춘 바 있다. 그리고 자문형랩 수수료 논란이 한동안 잠잠하는가 싶더니 최근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증권사들이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대투증권 역시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협조 요청에 따라 자문형랩 수수료도 평균 0.2%P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가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지나친 저가 경쟁이 자칫 제살 깎아먹기 식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