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다주어도 친구가 없네,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 뿐인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손을 잡고 싶지만 모두 떠나가네~."
1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는 가수 신형원씨의 '개똥벌레'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날 한국제약협회는 190여개 회원사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및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제약협회에 가입된 전국 제약사 직원 1만여명이 참석했고, 이들은 '개똥벌레'를 따라 불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제약회사 경영진과 직원들 모두 이 날 만큼은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보험약값을 일괄 인하할 계획이다. 제약업계와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약가제도의 영향으로 연간 12조8000억원 규모의 전문의약품 시장 규모가 2조5000억원(19.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약협회는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새로운 약가제도가 시행되면 제약사 줄도산, 실업자 양산, 제약주권 상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제약사들이 긴축경영에 나서게 되고 제약산업 관련 인원이 8만명에서 6만명으로 2만명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제약협회는 총궐기대회를 통해 제약업계는 산업이 수용 가능하도록 단계적 약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약가인하는 수용하겠는데 정책의 시행을 늦춰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의 반응은 제약업계의 주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는 제약사들이 값싼 제네릭(복제약)을 팔아 손쉽게 이익을 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불법으로 제공하던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약값을 내려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또 백여년이 넘는 제약산업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약값을 지나치게 높게 쳐줬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했다는 입장이다. "제약사들이 그동안 땅 짚고 헤엄을 치기 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는 복지부 한 관료의 말은 제약사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다수의 국민들도 약값인하에 부정적이지 않다. 약값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는데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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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들은 그야말로 '친구가 없는' 개똥벌레 신세다. 제약업계도 더 이상 약가인하를 거부할 명분을 잃은 듯하다. 그래서 약가인하 반대가 아닌 '약가인하 정책'의 단계적인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갑작스런 약가인하의 충격이 크니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제약산업이 지금은 개똥벌레 신세지만 값싼 의약품을 공급해 왔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됐을 때 약값이 더 비싸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똥벌레 제약사들은 "나를 위해 한번만 손을 잡아주라"라고 애원하고 있다. 보잘 것 없는 '개똥벌레'지만 그들이 손을 내밀었다면 왜 내밀었는지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