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대선前 굵직한 약가인하 이뤄져…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이유
2002년 이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권말기에 항상 굵직한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돼 '표심을 의식한 것이다', '건보재정 안정화 조치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3년마다 주기적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약가재평가'제도를 도입·시행했다. 17대 대선이 있었던 2007년에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됐다. 18대 대선을 앞둔 내년 1월에는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될 예정이다.
2002년 도입된 약가재평가 제도는 1만1000여개의 보험의약품 중 2700여개의 의약품의 약가를 평균 7.2% 인하하는 것이 골자였으며 연간 430억원 규모의 약제비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제비적정화 방안은 2007년 1월 시행됐다. 국민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30%에서 24%까지 낮추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따라 포지티브리스트(선별등제제도)가 적용됐고, 복제약(제네릭) 출시 후 특허만료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가를 20% 낮추는 제도도 이때 처음 도입됐다.
18대 대선을 앞둔 내년에는 '약가재도 개편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값은 특허만료 전 가격의 70%만 인정된다. 복제약은 오리지널약값의 59.5%만 인정받는다. 특허 만료 후 1년이 지나면 오리지널과 복제약 모두 동일하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가격의 53.55%를 받게 된다.
이같은 약가 인하에 대해 제약업계는 국민들이 약값에 민감하기 때문에 약값을 낮춰 민심을 얻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정권 초기 추진한 약가 관련 정책이 정권 말이 돼 서야 시행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핵심적인 요인은 국민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건강보험재정의 악화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평가다. 고령화로 국민의 의료비는 느는데 건강보험료는 크게 늘리지 않아 약값의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료를 올해보다 2.8%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5.9% 올랐던 것에 비해 인상폭이 크게 작아진 것은 약가인하 등 건강보험 재정안정 대책의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약값은 내렸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수가는 평균 2.2% 인상했다.
결국 정부는 약가인하를 통해 건강보험료를 덜 인상해도 되고, 국민의 약값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제약회사만 큰 매출의 손실을 입게 됐다. 새 약가제도가 시행되면 전문의약품 시장 규모가 12조8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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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건보재정 적자의 원인은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장성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약값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약품비의 부담이 크다는 것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약가인하 정책도 이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며 다른 이유로 약가인하 정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