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비맥주 해프닝에 대해

[기자수첩]오비맥주 해프닝에 대해

원종태 기자
2011.12.12 15:14

최근 맥주가격 인상 추진 및 철회를 둘러싼 오비맥주의 최근 행보에는 '알쏭달쏭'한 여운이 한둘이 아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 코너의 등장인물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리해주는 남자)'이라도 나서서 한번쯤 애매한 것들을 정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 정도다.

우선 오비맥주가 이번에 정말 가격 인상을 할 의지가 있었는지, 아니면 이번에는 내년이후 가격인상을 위해 국세청의 '면죄부(?)'를 얻는 수준에서 가격 인상 시늉만 한 것인지 석연치 않다. 오비맥주 측에서야 당연히 펄쩍 뛰겠지만, 오비맥주의 이번 행보에는 왠지 '잘 짜놓은 한편의 각본이 있는 것 같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오비맥주의 주장대로 최근 2년 새 원재료인 맥아 값은 58%나 오르고, 알루미늄 캔 원재료 값은 25%나 올랐다고 하자. 기름 값이며 인건비는 또 얼마나 올랐는가. 그 원가부담을 고스란히 오비맥주 스스로 감내했다면 오비맥주의 실적은 매우 부진했어야 한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원부재료 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다던 2009년 이후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실적부진은 고사하고 오히려 승승장구해온 것이다. 올해는 시장점유율이 49%(3분기말 기준)까지 치솟으며 유일한 국내 경쟁사인 하이트맥주(51%)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주류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올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오비맥주가 원가압박에 따른 경영난을 운운하며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는 것은 뒷맛이 씁쓸하다. 이런 점 때문에 오비맥주가 내년 초 가격 인상을 위해 '밑져야 본전' 식으로 이번에 가격인상을 선언하며 국세청 분위기를 떠본 뒤, 이를 보류한 것 아닌가하는 지적까지 업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맥주 가격을 둘러싼 이번 해프닝은 오비맥주와 국세청 모두에게 실리와 명분을 준 '윈-윈' 게임이었다. 오비맥주는 인상 시점만 연기된 것일 뿐 정부의 공감대를 얻었고, 국세청은 나름대로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게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얻은 건 '혼란'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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